
패션업계의 일본 진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시장 규모가 80조원대로 우리나라의 두 배인 데다, K-뷰티에 이어 트렌드를 선도하는 감각적인 디자인의 K-패션이 일본 시장을 파고 들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지난 4일부터 일본에서 21개 한국 브랜드를 알리는 '더현대 글로벌' 팝업스토어(임시매장)를 운영 중이다. 더현대 글로벌은 현대백화점의 K-패션 브랜드 수출 플랫폼이다. 지난해부터 유명 유통 채널에 임시매장 등을 여는 방식으로 한국 패션을 알리고 있다.
올해는 오는 6월 24일까지 3개월간 일본 오사카에 있는 유명 쇼핑몰 파르코 신사이바시점, 백화점인 다이마루백화점 신사이바시점·우메다점 등 3곳에 팝업스토어를 설치·운영한다. 참여 브랜드는 전년보다 두 배가량 많은 21개다. 지난해 인기를 모은 브랜드 이미스·미스치프 등과 함께 일본 진출을 새로 노리는 노매뉴얼·브라운야드·오헤시오·베리시·레이브 등이 참여했다.
코오롱스포츠와 골프 브랜드 지포어·왁을 일본에서 전개 중인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지난 15일 도쿄 신주쿠에 있는 루미네백화점에 '아카이브 앱크' 팝업스토어를 만들었다. 아카이브 앱크가 일본 고객과 만나는 첫 오프라인 매장이다. 오는 20일까지 운영하는 이 매장은 브랜드 세계관을 구현한 전시와 다양한 이벤트로 현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무신사가 일본에서 공식 유통하는 하고하우스의 '마뗑킴'도 이달 24일 시부야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미야시타파크에 일본 첫 공식 매장을 연다. 마뗑킴 시부야점은 무신사가 국내 패션 브랜드의 글로벌 공식 협업 파트너로서 처음 여는 해외 매장이다.

국내 패션 브랜드의 잇단 매장 개설은 세계적인 패션 시장인 일본에서 K-패션 인기가 크게 높아져서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현지 의류소매 시장 규모는 8조3564억엔(약 83조원)으로 세계 4위권에 해당한다.
무신사가 K-패션을 해외에 판매하는 온라인몰인 글로벌 스토어의 지난 1분기 일본 거래액은 전년 동기보다 114% 늘었다. 일본 회원과 구매 고객 수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입점 브랜드 중 마뗑킴 매출은 3배 이상 급증했다.
팝업스토어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5월부터 2개월간 도쿄 파르코 시부야점에서 진행한 더현대 글로벌 팝업스토어는 30억원어치 판매 기록을 올렸다. 목표 매출의 150%를 넘어선 수치이자, 역대 파르코의 팝업스토어 가운데 매출 1위다.
업계는 일본 시장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낼 예정이다. 코오롱인더FnC 관계자는 "팝업스토어 성과를 바탕으로 현지 매장 개설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더현대 글로벌이 일본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만큼 본격적인 비즈니스 모델 확장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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