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청계천·성수동이 롤모델"…베트남 하노이 '문화산업 허브' 시동

  • "홍강변 재생부터 옛 공장 리모델링까지"… 서울 모델로 도시문화 혁신 추진 제안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홍강 일대는 문화산업 중심기 건설을 위한 핵심적 창의 공간으로 지정됐다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홍강 일대는 문화산업 중심기 건설을 위한 핵심적 창의 공간으로 지정됐다.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 수도 하노이가 한국을 롤모델로 삼아 본격적으로 문화산업 허브 조성에 나선다.

지난 18일 하노이에서 120명 이상의 전문가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문화산업 허브 및 문화·상업 복합지구 운영 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개정된 ‘수도법’의 세부 이행을 위한 전략적 활동으로, 하노이의 문화산업 육성 청사진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이다.

이번 세미나는 단순한 비전 제시에 그치지 않고, 한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의 도시 재생 사례를 통해 하노이형 문화산업 모델 구축의 실마리를 제시했다. 특히, 한국과의 협력이 핵심 파트너십으로 부각됐다. 이는 최근 베트남 정부가 문화산업과 기술산업을 국가 전략으로 채택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 호아로 수용소 유적지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 호아로 수용소 유적지 [사진=베트남통신사]


하노이 홍강변을 ‘문화벨트’로…청계천 성공 사례 주목 

행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구상은 하노이 홍강변 지역을 문화산업 중심지로 개발하는 방안이다. 쩐응옥찐(Tran Ngoc Chinh) 베트남 도시계획협회 회장은 “이 지역은 경관과 지리적 접근성이 뛰어나 도시문화축의 거점으로서 잠재력이 크다”며, 합리적인 계획 수립 시 하노이의 새로운 문화·관광 벨트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개정된 수도법 역시 이 같은 수변 공간의 활용을 문화산업 발전 목표와 연계해 법적 기반을 마련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한국의 성공 사례를 여러 차례 인용했다. 대표적으로 청계천 복원사업은 “도시재생과 녹색발전이 공존하는 글로벌 모델”로 언급됐다. 서울 청계천은 한때 콘크리트와 고가도로 아래 묻혀 있었지만 이후 복원 사업을 거쳐 6km의 수변공원으로 재탄생해 도시 창조성과 지속가능성의 상징이 됐다.

베트남국립하노이대 경제대학의 레티비엣하(Le Thi Viet Ha) 박사는 “홍강변도 이와 유사한 발전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나 토지 제도, 도시질서, 환경 위생, 치수 및 홍수 관리 관련 규정의 개선이 선결 과제”라고 진단했다.

또한 서울 성수동의 사례도 주목받았다. 과거 신발·기계 산업단지였던 성수동은 한때 낙후 공업지대로 전락했으나 철거 대신 리모델링을 통한 변화를 추구한 결과 현재는 예술 공방, 카페, 스튜디오가 조화를 이루는 창작촌으로 탈바꿈했다. 이에 지금은 서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핫 플레이스' 중 한 곳으로 화려하게 재탄생했다. 베트남국립하노이대 응우옌티투번(Nguyen Thi Thu Van) 박사는 “성수동은 산업유산을 도시문화 자산으로 전환한 대표적 예"라며 "하노이도 옛 주조장, 공장지대, 낡은 아파트 단지 등을 대상으로 이 같은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탕롱황성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하노이의 탕롱황성[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문화는 경제다”… 한국과의 협력 본격화

이번 세미나에는 한국과 프랑스 등에서 온 전문가들도 참여해 국제적 시각을 공유했다. 프랑스 건축가 에마뉘엘 세리스(Emmanuel Cerise)는 "프랑스 문화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 연간 1100억 유로(약 180조원)를 기여하고 있으다"며 "하노이도 지하철·대중교통과 문화공간을 연결해 관광 흐름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베트남 정부는 특히 한국과의 협력에 주력하고 있다. 이달 팜민찐 베트남 총리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문화산업, 콘텐츠산업, 핵심기술 이전, 고급 인재 양성 등의 협력을 요청했다. 이에 조 장관은 “베트남은 아세안 내 최우선 전략 파트너”라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하노이는 현재 6489개의 문화유산과 3개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수천 개의 전통 마을과 예술 장르(까쭈, 짐, 핫반 등) 시설을 보유한 문화 거점 도시다. 최근에는 증강현실(AR)·3D 기술을 활용한 ‘호아로 수용소 야간투어'나 '탕롱황성 해석 투어', '문묘-국자감 3D 맵핑쇼’ 등도 도입하며 문화 관광 상품으로도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하노이의 탕롱황성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하노이의 탕롱황성[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아직까지는 제도적 한계가 존재한다. 레응옥아인(Le Ngoc Anh) 하노이시 경제사회연구소장은 “홍강변 문화허브뿐만 아니라, 다른 잠재 지역의 문화산업화를 위해서는 토지 인센티브, 민관협력(PPP), 교통 인프라 등 다각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하노이를 문화산업 허브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와 민간의 협력과 함께 관련 경험을 보유한 한국 등 해외와의 협력이 한데 어우러져야 한다는 평가이다.

레홍선(Le Hong Son) 하노이시 인민위원회 상임부위원장은 “도시 내 유휴 산업 공간을 문화산업 기지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민관 협력 및 제도적 유연성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디지털 기술, 국제 협력, 시장 개척 등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응우옌티투번 박사는 “문화산업은 단순히 예술의 영역을 넘어,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과 도시 이미지 재정립, 투자 유치 효과를 지닌 경제산업”이라며 “하노이가 한국 등과 함께 지속가능한 도시 재생 스토리를 써 내려가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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