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지난 2월 말 중소기업 연체율이 1%에 근접해 6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중소기업의 자금 경색과 신용 위험이 증대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자금 경색을 막기 위한 선제적이고 강력한 부양 정책 추진이 절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한국은행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2분기 중소기업의 대출 수요 확대 전망이 19에서 25로 6포인트 급등했다. 중소·자영업자 대출 수요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반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태도 지수는 -6으로 떨어졌다. 한 분기 사이 대출태도 완화보다 강화를 택한 은행이 더 많아진 것으로 중소기업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공산이 커졌다.
한은 관계자는 "대내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운전자금 수요가 불어날 가능성이 커졌다"며 "중소기업 대출태도가 대내외 경제 여건 불확실성 등에 따른 여신 건전성 관리 등에 따라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다소 강화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대출태도와 대출수요 갭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그만큼 중소기업 부문의 부도 위험이 큰 폭으로 증가한다는 의미"라면서 "2분기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전망은 중소기업의 자금 경색과 신용위험이 훨씬 커질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 준다"고 우려했다.
올 들어 중소기업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례는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2월 말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84%로 같은 기간 0.07%포인트 상승했다.
이 중 중소법인 연체율은 0.90%,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76%로 전월 대비 각각 0.08%포인트, 0.06%포인트 높아졌다. 중소법인 연체율이 0.9%를 넘어선 것은 2018년 5월 0.95%를 기록한 이후 6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규 연체 감소와 정리 규모 증가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통상환경 변화 속에서 고관세·고환율에 내수 부진까지 겹친 중소기업에 서둘러 마중물을 공급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정 이코노미스트는 "기업자금사정지수나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와 같은 최근 질적인 지표들의 흐름은 재정당국의 추경과 통화당국의 금리 인하 같은 정책적 배려가 더 필요한 상황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시장금리와 은행권 조달금리 지표인 코픽스 등이 하락해 대출금리에 영향을 주기까지 일정한 시차가 필요한 만큼 즉각적인 재정 집행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현재 한은은 지난해부터 3차례(0.75%포인트) 금리를 인하했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2분기 이후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정책 컨트롤타워 부재 현상이 지속되면서 재정정책이 적기에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12조원 규모 추경을 준비 중이지만 2분기 집행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관세 리스크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선제적이고 강력한 부양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