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관(왼쪽)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사진=각 사]
한·미 간 해양 방산 협력이 상선·군함 건조와 정비(MRO) 분야를 중심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잇따라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을 만나며 조선·방산 분야 전략적 공조가 구체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이날 펠란 장관과 함께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를 방문해 최신 해군 기술 개발과 방위 인프라 확장 방안을 논의한다. 양측은 군함 건조와 유지·보수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김 부회장도 경남 거제 한화오션 사업장에서 펠란 장관을 접견한다. 이 자리에서도 조선·방산 협력 확대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김 부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과 글로벌 방산 기업들과의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해 미국 내 입지를 넓혀온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조선업에 대한 관심을 연이어 표명한 가운데 이뤄져 더욱 주목된다. 그는 당선 이후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의 군함 건조 능력을 언급하며 "MRO 분야에서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미국은 중국과의 해양 패권 경쟁을 벌이며 해군 전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해군은 219척의 군함을 보유 중이며, 중국은 234척을 운용하고 있다. 미 해군 정보국은 2030년까지 양국 간 전력 격차가 200척 이상으로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펠란 장관 역시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 해군 전력 강화를 위해 한국과 일본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차원의 협력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HD현대중공업은 이달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SAS 2025' 행사에서 미국 최대 방산 조선소인 헌팅턴 잉걸스, 해군 기자재 업체 FMD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협업 체제 구축에 나섰다. 올해는 미국 내 MRO 사업에도 착수해 2~3척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8월 미국 해군의 4만t급 군수지원함 '월리쉬라함' 창정비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올해는 7함대 소속 '유콘함'의 정기 수리 사업도 따냈다. 또 호주 조선사 오스탈과 협력해 미 해군 시장 공략을 확대할 계획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미 조선업 협력은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국내 조선사들이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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