習, '美 뒷마당' 중남미 국가에 '반미' 메시지

  • 中라틴아메리카 포럼 13일 개최

  • "파나마 반미 시위, 美 쿠바 봉쇄···"

  • 習, 반미 투쟁 역사 줄줄이 읊어

  • 브라질·칠레·콜롬비아 정상과 회동

  • 비자면제 등 경제 선물 보따리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3일현지시각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브라질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3일(현지시각)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브라질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1960년대 파나마 인민의 운하 주권 회복을 지지하는 대규모 시위가 중국 전역에서 벌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3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국가 공동체(CELAC) 포럼’ 제4회 장관급 회의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중국과 중남미의 반미 투쟁 역사를 줄줄이 언급했다. 중국과 미국이 관세전쟁에서 '휴전'에 합의한지 하루 만에 열린 이번 포럼에서 중국은 '미국의 뒷마당'인 중남미 국가와의 유대를 앞세워  반미 연대를 공고화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파나마 반미 시위, 美 쿠바 봉쇄···"
習, 中·중남미 반미 투쟁 역사 줄줄이 읊어


중남미 33개국 장관이 참석한 이번 포럼 개막식에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브라질 대통령,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등 3국 정상도 참석했다.

시 주석은 개막식 연설에서 "중국은 라틴아메리카의 국가 주권과 독립을 수호하고 외부 간섭에 반대하는 것을 확고히 지지한다"며 1960년대 파나마 국민의 반미 시위를 비롯한 중국과 중남미의 반미 투쟁 역사를 읊어 나갔다.  그는 "1970년대 남미 국가의 200해리 관할권 투쟁을 벌일 때 중국은 개발도상국의 합리적 요구를 지지했으며, 1992년 유엔 총회에서 미국의 쿠바에 대한 봉쇄 해제 결의안을 32회 연속 지지했다"고도 밝혔다.

특히 이날 시 주석이 언급한 파나마 반미 시위는 1964년 1월 파나마인들이 미국이 통제하는 파나마 운하 지역에 파나마 국기를 게양하라고 요구한 것이 발단이 돼 일어난 사건이다. 당시 미국군이 파나마인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20여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을 당했다. 시 주석은 "(당시)중국 각지에서 파나마 인민의 운하 주권 회수를 지원하기 위한 대규모 군중 시위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세계 해상 물류의 핵심 통로인 파나마 운하는 6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미·중 패권전쟁에 휘말려있는 상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계 CK허치슨 그룹이 운영권을 보유한 파나마 운하를 미국 통제권에 넣겠다며 파나마에 압력을 가하면서다. 이에 CK허치슨 그룹은 파나마 항구 운영권을 미국 투자회사 블랙록에 매각하기로 합의했지만, 중국 정부가 반발하면서 현재 거래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트럼프 압박 속 파나마는 최근 중국과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협력 이니셔티브에서도 공식 탈퇴하며 사실상 중국과의 인프라 협력을 중단한 상태다.

시진핑 주석은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일방적 괴로힘은 스스로를 고립시킬 뿐"이라고  미국을 정조준했다. 이어 "중국과 중남미 국가들은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개발도상국)의 중요한 구성원"이라며 "독립은 우리의 영광스러운 전통이며, 발전과 진흥은 우리의 자연스러운 권리"라고 강조했다.

브라질·칠레·콜롬비아 정상과 회담
비자면제 등 경제 선물 보따리도


시 주석은 이날 중남미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투자를 확대하도록 장려하는 한편 중남미에 660억 위안(약 13조원)의 신용자금 한도를 제공할 것이라고도 약속했다.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의 5개국에 대해 비자 면제 정책을 시행하고 추후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적 원조 약속을 대폭 삭감하고 외국산 제품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는 등 미국 일방주의 외교를 펼치는 데 맞서 글로벌 사우스 리더를 자처하는 중국이 중남미 국가에 매력 공세를 펼친 셈이다. 게다가 중국은 원자재 공급원일 뿐만 아니라 시장 및 투자 목적지로서도  중남미에 더욱 공들이는 모습이다. 지난해 중국과 라틴아메리카간 교역액은 5000억 달러도 돌파했다. 

시 주석은 포럼 참석차 방중한 브라질, 콜롬비아, 칠레 등 중남미 국가 원수들과 정상회의도 가지며 협력을 공고히 했다. 이들 3개국은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자국 수출 시장의 지역적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전날 시진핑 주석이 룰라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광산·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20건의 협력문서를 체결하고 1900억 위안 규모의 통화스와프도 갱신했다.

양국 기업이 재생에너지, 자동차 등 분야에서 체결한 계약 규모도 최대 270억 헤알(약 6조7000억원)에 달했다. 여기엔 중국 창청자동차의 브라질 공장 건설(60억 헤알), 중국 원전업체인 중광핵(CGN)의 재생가능한에너지 프로젝트(30억 헤알), 중국 밀크티 업체 미쉐빙청의 브라질 커피콩 등 제품 구매 및 현지화 사업(32억 헤알) 등이 포함됐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방중 기간 중국의 일대일로 참여를 공식화했고,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도 구리·리튬 등 핵심 광물자원 방면에서 중국과 협력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4일 사평을 통해 "중국과 라틴 아메리카는 실질적인 협력을 통해 라틴 아메리카가 누구의 '뒷마당'도 아니고, 강대국 간 경쟁의 '제로섬 전장'도 아니며, 발전의 최전선이자 협력과 상생의 뜨거운 땅임을 증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전 세계가 혼란과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현재, 중국과 라틴아메리카 협력이 한층 향상됨으로글로벌 사우스  협력에 신뢰를 더하고, 다자주의를 실천하며 경제 세계화를 촉진하는 데 강력한 지지점을 제공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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