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일본산 쌀이 품귀 현상을 빚으며 가격 급등이 이어지자 그동안 팔리지 않던 수입산 쌀의 판매가 활기를 띠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산 쌀의 경우 판매 개시 열흘 만에 완판되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16일, 쌀에 대해서는 자국산 쌀을 고집하는 보수적 성향이 강한 일본에서 쌀값 급등 여파로 수입산 쌀 판매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 쌀이 일본에 수입되면 무게를 기준으로 관세가 부과되는 ‘종량세’가 붙어 가격이 올라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산 쌀보다 훨씬 저렴한 상황이다. 일본 최대 슈퍼마켓 체인 ‘이온’은 6월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산 쌀을 판매하기로 했다. 수입 시 1㎏당 341엔(약 3290원)의 관세가 붙어도 일본산 쌀보다 10%가량 저렴한 가격에 쌀을 구입할 수 있다.
일본 도매상들도 쌀 수입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종합상사 ‘가네마쓰’는 쌀 수입량을 1만t으로 계획했으나 이를 2배 늘리기로 했다. 미국산 뿐 아니라 대만, 베트남산 수입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쌀 유통업체 ‘신메이’는 7월까지 수입 예정인 약 2만t의 판매 예약이 이미 끝난 상태라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한국산 쌀은 일본의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으며 판매 직후 완판되고 있다. 한국산 쌀은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하면서 구호용으로 일본으로 건너간 적은 있으나 일반 소비자 판매용으로 본격 수출된 것은 35년 만이다.
도쿄 내 코리아타운인 신오쿠보의 마트 등에선 전남 해남군에서 생산된 ‘땅끝 햇살’이 1kg당 9700원가량에 팔리고 있다. 관세로 인해 한국에서보다 비싼 가격이 책정되어 있지만 일본산 고시히카리 쌀 가격이 1kg당 1만340원인 것에 비하면 싼 편이다.
'땅끝 햇살'은 지난 3월 NH농협무역 일본지사를 통해 2t 정도를 시범 수출한 것으로, 온라인 쇼핑몰과 신오쿠보 슈퍼 등을 통해 판매됐다. 판매 시작 열흘 만에 소진되면서 농협 일본 온라인 쇼핑몰에는 품절 문구가 뜰 정도였다.
NH농협무역 측은 이 같은 반응을 토대로 수출 물량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우선 추가 물량 10t이 일본에서 판매될 예정이며, 추가 10t의 수출 시기도 조율 중이다.
한편 이같은 변화에는 일본 소비자 의식의 변화가 배경에 자리하고 있다.
일본생활협동조합연합회가 지난 3월 6342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쌀 구입 시 중요시하는 요인(복수 응답 가능)으로 77.8%가 ‘국산’을 꼽았지만 33.1%는 ‘싼 가격’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싼 가격’을 꼽은 응답률은 작년 10월 조사 때보다 1.8%포인트 높아지면서 쌀의 원산지보다 가격을 중시하는 비율이 차츰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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