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쌀산업] 생산·소비 불균형 고착화…혈세 의존 극복해야

  • 20년 만에 소비량 절반 '뚝'…남는 쌀에 4년간 2.6조 지출

  • 농가 반발에 올해 8만 ha 감축 목표 달성 미지수

4월 16일 서울 한 대형마트 쌀 판매대 모습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16일 서울 한 대형마트 쌀 판매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공급 부족으로 쌀값이 고공행진을 거듭 중인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올해도 남아도는 쌀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지난 20년간 1인당 쌀 소비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생산량 감소 속도가 이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생산·소비 불균형'이 고착화된 탓이다. 만성적인 쌀 공급과잉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재배면적 감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농가의 반발이 거세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8만ha 규모의 벼 재배면적 감축을 목표로 감축 참여농가에 공공비축미 매입 물량을 우선 배정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추진 중이다. 올해 감축 목표는 전체 재배면적 69만7713㏊의 11.5% 규모로, 이를 통해 40만t 규모의 쌀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이 같은 벼 재배면적 감축에 나선 이유는 매년 남는 쌀 처리에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2021년 이후 4년 연속 과잉생산에 따른 쌀값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약 120만t을 매입했고 이 과정에서 2조6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했다. 

쌀 공급과잉의 근본적인 원인은 수요 감소다. 국민 식습관 변화와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등의 여파로 쌀 소비는 매년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평균 55.8㎏으로 20년 전인 1994년 108.3kg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식생활의 서구화, 혼밥·혼술 문화 확산, 다이어트 트렌드 등이 쌀 소비 감소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2030세대의 쌀 외면이 두드러지며 편의식이나 밀키트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

문제는 수요 감소에만 그치지 않는다. 기후변화에 따른 수확 불안정과 생산 원가 상승, 인건비 폭등까지 겹치며 농가의 부담도 날로 커지고 있다. 

통계청의 ‘2024년산 논벼(쌀) 생산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벼 농사 순수익은 산지 쌀값 하락 영향 등으로 전년 대비 24.3% 감소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적정 재배면적에 도달하지 못하면 2023년과 같은 쌀값 하락이 재현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쌀 산업 붕괴를 막기 위해 생산량 조정이 시급함에도 정부의 벼 재배면적 감축 사업은 농가 반발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앞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쌀 4월 관측월보'에 따르면 농가의 올해 벼 재배 의향면적은 66만3000㏊로 지난해보다 3만5000ha 줄어든 수준에 불과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벼 재배면적 조정제에 참여하는 방식이 다양한 만큼, 감축 계획에 대해 아직 취합 중인 상황"이라며 "최종적으로 8월쯤 발표되는 통계청의 올해 벼 재배면적 조사 결과를 통해 사업 성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힌편 차기 정부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재추진될 경우 정부의 벼 재배면적 감축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양곡법 개정안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쌀값 보전을 위해 연간 3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 양곡법 개정안은 이번 정부에서 두 차례 거부권과 국회 재표결을 거쳐 폐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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