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에서도 '진로(JINRO)의 대중화'를 달성하겠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애드미럴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교민 위주 시장에서 벗어나 편의점·마트 등 다양한 채널에서 진로를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큰 성장을 이뤄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진로의 대중화는 하이트진로가 창립 100주년인 지난해 선포한 '글로벌 비전 2030'의 핵심 내용이다.
진로는 하이트진로의 소주 부문 수출 통합 브랜드다. 필리핀에는 30년 전 유통업체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하이트진로는 2019년 현지법인을 세우고 시장 점유율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일본·미국·중국·러시아·베트남에 이은 여섯 번째 해외 법인이다.
출시 제품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진로를 비롯해 '참이슬 후레쉬·오리지널', 과일 리큐르 '청포도에이슬'·'딸기에이슬'·'자몽에이슬' 등을 필리핀에 수출 중이다.
김 대표는 "진로는 메트로 마닐라 외에 지방까지 높은 접근성을 확보해 필리핀 전역에 판매되고 있다"면서 "현지인들이 한국 문화를 경험하고 싶어 하는 수요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성과도 고무적이다. 2024년 기준 필리핀 법인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소주 판매량 기준으로 1위를 기록했다. 현지 교민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수출이 증가한 점도 눈에 띈다. 재외동포청 자료를 보면 필리핀 재외동포는 2013년 8만8000명에서 2023년 3만4000명으로 61%가량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하이트진로의 필리핀 소주 수출량은 3.5배 증가했다. 2022~2024년에는 연평균 41.7%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두 자릿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소주 인기는 '미투' 상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소주 인기에 필리핀 현지 업체들이 한글 패키지를 사용한 소주를 여럿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진로가 유통망을 확대·강화하며 일찌감치 시장을 선점한 탓에 현지 저가 소주 브랜드들의 성장세는 뚜렷하지 않다.

김 대표는 필리핀 시장에서 진로의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게 단순한 제품 판매가 아닌 '시간을 소비할 가치 있는 경험' 확대에 힘쓸 계획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와 여행·스포츠 등 문화·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 콘텐츠 등을 경쟁 상대로 꼽은 그는 "술을 넘어 소비자가 시간과 공간 속에서 진로 브랜드를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콘텐츠를 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람과 문화를 연결하는 촉매제가 주류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를 활용해 진로를 세계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비전 2030도 차질 없이 수행할 계획이다. 글로벌 비전 2030은 하이트진로가 2030년까지 전 세계 주류 시장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구축해 향후 100년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새로운 100년을 가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거듭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영업이익에만 연연하지 않고 글로벌 주류사 경쟁과 현지 진입 장벽을 넘기 위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매출을 끌어올려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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