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가전제품의 국내 진출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위)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계가 도전에 직면했다. [사진=각 사]
내수 침체와 트럼프 관세 후폭풍 등 이중고에 시달리는 국내 전자·가전 산업에 중국 업체들의 국내 시장 공략 강화는 또 다른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의 실적 방어에도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가격 경쟁력에 우수한 성능까지 얹은 중국 전자 제품의 국내 유입 추이가 심상치 않다.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해 중국산 전자제품 수입액은 49억7251만3000달러로 전년(2023년)에 비해 9.6%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3월까지 누적 수입액만 11억6957만2000달러로, 5.4%의 증가세를 보였다.
주요 3개 품목 중 기타가정용전자와 기타조명기기의 지난해 수입액은 전년 대비 상승 반전했다. 기타가정용전자 수입액은 7억9845만9000달러로 19.8% 급증했고 기타조명기기도 7억495만6000달러로 5.4% 늘었다. 국내 시장에서 인기 몰이 중인 진공청소기 수입액은 4억7890만4000달러로 42.8% 폭증했다.
특히 진공청소기의 경우 올해 1분기에도 수입액이 1억6988만3000달러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9% 늘었다.
그동안 삼성전자·LG전자를 필두로 한 국내 기업들의 놀이터였던 내수 시장에 중국산 제품이 무서운 기세로 침투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로봇청소기 1위 업체인 중국 로보락이 지난 26일 글로벌 시장과 국내에 신제품 '사로스 Z70'을 동시 론칭한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사로스 Z70은 출시 첫날 전국 백화점과 가전양판업체, 대형마트 등 총 140여 곳에서 본격 판매에 돌입했는데 소비자 반응이 상당하다.
실제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로봇청소기계의 에르메스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 로봇팔로 장애물과 이물질을 들어올리며 청소하는 신기술이 주효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전자제품 매장에 오는 고객들이 로보락에 대해 많이 묻는다"며 "소비자 선호도에서 삼성·LG 제품이 뒤따라가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국내 TV 시장도 중국산 제품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중국 TCL의 스마트 TV 브랜드인 아이팔콘(iFFALCON)은 지난달 한국에 진출한 뒤 이달부터 신제품 판매에 돌입했다. 스마트 TV 기능을 갖춘 55인치 4K 미니 LED TV가 49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한 가격이 최대 무기다.
중국 업체들의 예상 밖 선전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국내 매출이 타격을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내수 침체와 수출 불확실성을 높이는 트럼프 관세에 이은 대형 악재다. 로봇청소기를 시작으로 TV 등 영상기기와 스마트폰 등 모바일 디바이스에 걸쳐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상태다.
삼성·LG의 프리미엄 이미지 유지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 양사 모두 인공지능(AI) 기반의 스마트 홈 기술력을 비교 우위 포인트로 삼을 필요가 있다.
중국산 제품에 늘 따라붙는 보안 이슈도 국내 기업의 공략 지점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삼성 녹스 매트릭스', LG전자는 'LG쉴드' 등의 보안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아울러 다양한 고객 친화적 서비스로 현지 브랜드만의 차별화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