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클라베 하루 앞둔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사진=연합뉴스]
러시아가 바티칸을 우크라이나와의 평화 협상을 위한 진지한 장소로 보지 않고 있다고 복수의 고위소식통을 인용해 로이터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지에서 제외된 바티칸은 카톨릭의 중심지다.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 회원국인 이탈리아에 둘러싸여 있다.
소식통들은 서방의 제재로 인해 많은 러시아 관료들이 바티칸으로 비행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직항 항공편이 중단됐고, EU의 제재로 러시아 관리들에 대한 입국 제한이 다수 적용되고 있다.
러시아 고위 관료 중 한 명은 냉소적으로 “바티칸보다 더 적절한 회담 장소가 있다면 헤이그일 것”이라고 비꼬았다.
헤이그는 국제형사재판소(ICC)의 본부가 위치한 곳이며, ICC는 전쟁 범죄 혐의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체포 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크렘린궁은 해당 체포 영장에 대해 “터무니없는 편파적 결정”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러시아는 ICC 가입국이 아니므로 그 결정은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관료들은 우크라이나 내 전쟁 범죄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23일 바티칸이 평화 협상의 가능 장소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조금은 어색하다”고 평가했다. 그 이유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모두 동방 정교회 국가라는 점을 들었다.
러시아 정교회는 동방 정교회 공동체 중 가장 큰 교단으로, 1054년 동서 교회의 대분열(대이단 분열) 이후 서방 기독교와 갈라섰다.
러시아 소식통들은 협상 장소로서 터키,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오만 등을 보다 현실적이고 적절한 장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들 걸프 아랍국가들과 터키의 중재 노력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칭찬한 바 있다.
앞서 16일 레오 14세 교황이 바티칸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평화회담 장소로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추기경)은 교황이 “필요한 경우 바티칸 교황청을 양국의 회담 장소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파롤린 국무원장은 이런 제안이 바티칸을 "회담 장소로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확대해석은 경계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지난 11일 부활 삼종기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진정으로 정의롭고 항구적인 평화에 도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취임 직후 국제 정상 가운데 첫 통화 상대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선택하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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