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이 올해를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의 ‘도약 원년’으로 삼고, 북미와 유럽 등 원전 선진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확보에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영국을 각각 북미·유럽 SMR 시장의 양대 축으로 삼아 에너지 전환 시대의 선도 기업으로 존재감을 확고히 굳히겠다는 방침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미·영 당국의 SMR 건설 관련 인허가를 앞두고 관련 조직을 확대하는 등 SMR 사업 전략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자력 기술 강국인 영국과 미국이 SMR 사업에 대한 실증 및 인허가 작업에 잇달아 나서면서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팰리세이즈 SMR-300 프로젝트'는 올해 건설 허가 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다. 팰리세이즈 프로젝트는 미국 미시간주에 SMR-300 2기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미국 최초의 SMR 상용화 사업이다. NRC에 제출한 건설 허가 신청서가 심사에 통과하면 2025년 말 착공 2030년 상업 운전에 들어가게 된다.
SMR 건설을 위해서는 NRC의 설계 승인이 필수다. 이를 위해 현대건설은 지반 및 지질조사,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한 현장 맞춤 설계를 수행하고 있다. 홀텍의 독점 EPC(설계·조달·시공) 파트너로서 표준모델에 대한 상세설계 및 시공 기술을 선점하려는 구상이다. 현대건설은 이를 바탕으로 북미 전역에서 SMR-300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NRC의 설계 승인을 기반으로 하면 다른 국가의 인허가 진입장벽도 크게 낮아지는 만큼, 북미 시장을 시작으로 글로벌 SMR 시장 진출 기반도 자연스럽게 확보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영국 원자력청(GBN)은 이달 SMR 기술 경쟁 입찰 프로그램 대상 기업을 선정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팀 홀텍'으로 참여해 지난해 10월 최종 후보 4개사 중 하나로 선정됐다. 선정된 사업자는 2029년 최종 투자 결정을 거쳐 영국 최초의 SMR 건설에 착수하게 된다. 프로그램은 2050년까지 영국 내 원자력 발전용량을 현재의 3배인 24기가와트(GW)로 확대하는 사업이다.
현대건설은 해당 프로젝트를 유럽 SMR 시장 선점을 위한 발판으로 굳힌다는 계획이다. 영국은 유럽 내에서 첫 대규모 SMR 상용화를 추진 중인 국가다. 영국의 인허가 제도인 일반설계평가(GDA) 절차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핵 기술 검토 과정으로 꼽히는데, 팀 홀텍의 SMR-300이 1단계를 최단 기간에 완료하는 등 유럽 진출에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현대건설은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글로벌 사업능력을 강화했다. 플랜트사업본부에서 독립한 '뉴에너지 사업부'를 신설해 산하에 초대형 원전, SMR 영업부터 설계, 수행 등 사업 전반을 아우르는 원자력사업실을 뒀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는 올해 상장 건설사 최초로 ‘CEO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하고 “수주 규모를 2030년까지 25조 원으로 확대하고, 에너지 분야 매출 비중을 21%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아울러 현대건설은 단순 시공을 넘어 원전 해체,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 구축 등 원전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사업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SMR 시장 규모는 2035년까지 6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원전해체 시장 역시 500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현대건설은 홀텍과 함께 SMR과 원전해체사업,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구축 등 원전 밸류체인 전반의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SMR은 원전해체, 대형원전과 더불어 에너지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3대 축이다. 설계부터 시공, 폐기물 보관까지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시장의 기대감이 주가 움직임으로도 나타나고 있다"며 "폴란드 바르샤바에 지사를 설립해 대형 원전 및 SMR 동유럽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로 삼고 있고, ‘팀 홀텍’과 함께 우크라이나에서도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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