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 이후 중단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재개하기 위한 기술적 절차에 중국과 일본 정부가 합의를 이뤘다. 양국 핵심 현안 가운데 하나인 수산물 금수 조치가 진전을 보이면서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과의 논의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농림수산성과 중국 세관당국은 지난달 28일 베이징에서 회의를 열고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 절차에 합의했다. 중국 측은 조만간 수출입에 필요한 일본 업체의 시설 등록 절차를 개시할 예정이다. 또한 수출 선적에 세슘-137과 같은 방사성 물질이 없음을 확인하는 검사 증명서를 첨부할 방침이다.
수산물 수입 재개 문제가 중·일 관계의 큰 현안 중 하나였던 만큼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지난달 30일 “하나의 큰 전환점”이라며 환영했다. 이와야 다케시 외상도 같은 날 “중·일 사이의 다양한 과제 해결을 위한 큰 단서가 될 것”이라며 중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평가했다. 해당 지역 어민들 역시 “큰 진전”이라며 반가워했다.
앞서 중국은 2023년 8월에 시작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이후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또한 국제회의 등에서 “태평양은 ‘핵오염수’를 흘려 내보내는 하수도가 아니다”라며 일본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에 일본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해 9월 오염수 감시 체제를 확장해 중국도 오염수를 채취해 검사할 수 있도록 국제 모니터링에 참여시켰다. 이때부터 양국 정부는 중국이 안전 검사를 실시하는 조건으로 수산물을 단계적으로 수입 재개하기로 합의했고, 이후 관련 논의를 진행해 왔다.
일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의 입장 변화는 “지난 봄부터” 감지됐다. 요미우리신문은 이와 관련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는 중국의 의도가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중국과 미국이 관세를 둘러싸고 대립하는 가운데, 중국이 아시아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을 서두르고 있으며 이번 수출 재개 움직임도 그 일환이라고 해석이다.
일본 정부는 그간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입장을 설득하기 위한 정보전의 일환으로 한국 및 태평양 도서국의 이해를 얻는 작업에 주력했다. 중국의 금수 조치에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견해를 각국에 침투시켜 금수 조치 철회를 촉구해왔다.
한편 중·일 간 합의에 따라 한국에게도 수입 규제 철폐를 요구해 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야시 관방장관은 30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홍콩, 한국 등 주변국에 대해서도 수입 규제 철폐를 요구할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한국은 2013년 9월부터 후쿠시마 등 원전 주변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은 금지했으나, 그 이외 지역의 수산물은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는 조건으로 들여오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따르면 첫 방류 이후 지난해 8월까지 4만9633건의 방사능 검사가 진행됐는데, 검사 결과 안전 기준을 벗어난 사례는 0건이었다.
실제 한국 내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불안감은 상당 부분 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물수출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일본산 수산물 수입 물량은 1만2497t으로 지난 해 동기 대비 54% 증가했다. 수치 확인이 가능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1만t을 넘어선 것이다. 5~6월을 합친 올 상반기 전체로는 2만t을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곧 있을 대선 후 한국에 신정권이 들어서게 되면 한·일 간에는 수산물 수입 재개 문제가 이슈가 될 전망이다. 올해는 일본을 의장국으로 한 한·중·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 중국에서는 리창 총리가, 한국에서는 새로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3국 정상이 마주앉을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를 비롯해 다양한 현안들이 논의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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