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한국의 AI 산업은 연구개발 및 민간투자 부문에서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기업의 AI 도입률도 글로벌 평균 대비 현저하게 낮아 실제 산업현장에서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지 못하는 이른바 인식과 실행의 괴리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0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발표한 'AI 시장의 부상'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67개국 중 AI 글로벌 인덱스 6위를 차지했다. 이는 인재, 인프라, 정부 정책, 사업 환경 등 AI 분야를 둘러싼 종합적 평가로 미국(1위), 중국(2위), 싱가포르(3위), 영국(4위), 프랑스(5위)에 이어 높은 순위다.
그러나 항목별로 살펴보면 격차가 크다. 정부정책(69점), 개발 부문(37점)에서는 비교적 양호한 점수를 받았지만, 연구(11점)와 민간투자(14점) 부문은 10위권 평균(각각 29점, 31점)에 훨씬 못 미쳤다. 미국은 이들 부문에서 각각 100점, 중국도 54점(연구), 48점(민간투자)을 기록해 한국과 큰 차이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미·중에 이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지원을 넘어, 민간 투자로 이어지는 건강한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영국 데이터 분석 미디어 토터스인텔리전스가 발간한 '2024 글로벌 AI 인덱스'에서도 AI 민간투자 분야에서 한국은 11위에 머무르고 있다. 1위와 2위는 나란히 미국과 중국이 각각 100점, 88.8점을 기록하며 차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하위권 수준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사우디아라비아(51.2점), 이스라엘(50.9점)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AI 민간투자 역량은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경전 경희대 교수는 "정부의 정책 지원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기술 성과는 연구 생태계와 민간 투자를 통해 만들어진다"며 "정부가 직접 투자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민간 투자가 활발해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픈AI가 수조 원 규모의 민간 투자를 유치하는 것처럼, 한국 역시 경제 규모를 고려하더라도 조 단위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무역협회(KITA)가 지난 9일 발표한 ‘AI 시대가 이끄는 한국 주력 수출 산업 변화’ 보고서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짚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 10곳 중 8곳(78%)이 AI 도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실제로 산업 현장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는 비율은 17%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도입 저조의 원인으로 전략 부재, 전문 인력 부족, 투자 우선순위 미비 등을 꼽았다. 기업의 AI 도입 필요성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기반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가 AI 강국을 목표로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정부 주도의 지원을 넘어 민간과의 유기적인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