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축 아파트는 그나마 낙찰되지만 구축이나 비인기 지역 경매 물건은 유찰로 가액이 낮아져도 새 주인을 못 찾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대구시 북구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서울 아파트 시장이 불장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지방의 주택시장 지표는 여전히 얼어붙은 모습이다. 대구 등 일부 광역시의 경우 경매 물건이 금융 위기 수준으로 쌓였고, 경매 낙찰률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17일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올들어 5월까지 대구에서 경매로 넘어간 아파트 물건은 총 1076건을 기록했다. 1~5월 기준으로 대구에서 아파트 경매 물건이 1000건을 넘어서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미친 2010년 1087거 이후 15년 만이다.
2022년 1~5월 227건이던 대구 아파트 경매 물건은 2023년 559건, 2024년 908건으로 급증한 데 이어 2025년에도 전년 대비 18.5% 증가했다.
올해 1~5월 대구 아파트 경매 시장의 낙찰률은 38% 수준으로, 전년 대비 0.4% 소폭 하락했다. 특히 지난 1월 51% 수준이던 낙찰률은 2월 38.6%, 3월 35.1%, 4월 34.3%까지 떨어진 후 5월에는 29.7%를 기록하는 등 최근 빠르게 하락 중이다. 대구 수성구의 B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경매나 매물로 나오는 물건은 꾸준한 반면, 거래 물건은 좀처럼 없다 보니 해마다 적체가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지방광역시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 1~5월 광주 아파트 경매 물건은 583건으로, 지난 2010년(844건) 이후 가장 많은 아파트가 경매에 부쳐졌다. 반면 낙찰률은 지난해 40%에서 올해는 37.2%로 낮아졌다.
대전도 지난 2009년(676건) 이후 가장 많은 537건의 아파트가 올해 경매 시장에 쏟아졌다. 낙찰률도 37.2%에 그쳐 지난 2002년(27.5%) 이후 무려 23년 만에 가장 낮았다. 올해 1월 58.1% 수준을 보였던 대전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2월 30%, 3월에는 19.8%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다시 30% 수준을 회복했다.
이러한 흐름은 지방 광역시의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며 경매 수요도 식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광역시 중 일부는 올해 아파트 가격이 추가로 하락하면서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80% 수준까지 올라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대구 북구의 경우 아파트 전세가율이 지난 4월 76.7%를 기록했고 광주 북구 역시 전세가율이 79.5%로 2021년 9월(79.9%)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경매업계 관계자는 “대구와 부산 등 지방광역시의 경우 시장 악화로 매매가격이 하락하면서 아파트에서는 이례적으로 깡통전세 등도 증가하고, 경매 시장에서도 매물 적체가 심각해 단기간에 시장 개선이 이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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