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여 만에 북미 대화 재개를 타진한 정황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당시와 같은 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친서 수령을 거부하며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서신 교환에 여전히 수용적(receptive·열려 있다는 의미)"이라며 "그는 첫 임기 때 싱가포르에서 이뤄진 진전을 보길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정한 서신교환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답하도록 남겨 두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하려 했으나, 뉴욕 주재 북한 유엔 대표부의 북한 외교관들이 수령을 거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당시와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과의 직접 대화를 통한 '톱다운(하향식)' 방식 외교에 여전히 관심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 1월 20일 취임 직후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한 데 이어, 사흘 뒤 김 위원장과의 연락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유화적 메시지를 잇달아 보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기인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노력',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 등을 담은 합의문을 도출한 바 있다.
당시 두 정상은 27통의 친서를 주고받으며 개인적 유대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며 이후 북미 대화는 교착상태에 빠졌다. 같은 해 6월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함께 김 위원장을 판문점에서 만나기도 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안드레이 랑코프 국민대 교수는 NK뉴스에 "김정은은 2018년이나 2019년 당시보다 트럼프가 훨씬 덜 필요하다"며 "북한 측은 여전히 대화와 협상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에 논의했다가 거부한 협상보다 미국에 덜 매력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로이터도 전문가들이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크게 진전시키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직접 지원하며 긴밀한 관계를 구축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협상이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북한은 당분간 미국보다는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조선중앙통신에 '러시아의 날'을 맞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보내는 친서를 공개하며 '형제국가인 러시아', '언제나 당신과 러시아 연방과 함께 있을 것', '그 무엇으로도 깨뜨릴 수 없는 진정한 전우관계' 등이라고 언급하며 러시아와 한층 더 밀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