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생산시설, 늘어나는 수입산…K-조선·철강 희비 교차

  • 中 공급과잉에 K-철강 잇달아 셧다운 조치

  • 저가 철강재 K-조선엔 '원가절감' 기회로

  • 트럼프 관세에도 조선·철강 희비 엇갈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조선사들은 역대 최대 선박 수주 기록을 달성하고 있지만, 철강업계는 지속된 불황으로 줄줄이 생산 공장의 문을 닫고 대대적인 구조 조정에 돌입하고 있다. 과거 조선업이 호황을 누리면 선박 제조의 핵심 원자재를 공급하는 철강사도 덩달아 성장했지만, 이제는 옛 공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및 동국제강 등 국내 '빅3' 철강사들이 잇따라 공장 셧다운에 돌입했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 등으로 철강 수요 침체가 지속된 결과다. 현대제철은 경북 포항 2공장에 대해 무기한 휴업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 휴업 지침을 내렸다가 노동조합 반발로 철회한 지 약 6개월 만이다.

포항 2공장은 지난해 말부터 가동률이 10%대까지 떨어지며 공장 정상 운영이 불가했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현대제철은 지속된 업황 부진으로 최근 포항 1공장 내 중기사업부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같은 이유로 인천 철근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기술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한 바 있다. 국내 3위 철강사인 동국제강도 오는 7월 22일부터 8월 15일까지 약 한 달간 인천공장 전 공정을 멈춘다.

철강사 위기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중국산 철강재 유입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최근 몇 년간 중국 철근뿐 아니라 열연, 후판 등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제품은 국산 대비 최대 20% 가까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관세 25%를 부과한 데 이어 이달 관세율을 50%로 높였다. 국내 철강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수출길까지 막히자 국내 철강사들이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반면 값싼 수입 철강재는 수주 호황을 맞은 조선사들에게 기회로 평가된다. 선박 수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국산 대비 비교적 저렴한 중국산 철강재를 활용할 경우 비용 절감을 통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현재 중국산 후판 사용 비중은 대형 조선사가 약 20%, 중소형 조선사가 약 50%다. 두꺼운 철강재인 후판은 선박 원가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조선사들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필수 원자재다. 중국산 후판 반덤핑 관세 적용을 두고 조선업계가 난색을 보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트럼프 관세에 있어서도 타 산업대비 비교적 자유롭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조선업을 부활시키고 중국과 해군 격차를 줄이려 국내 조선사에 잇달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한 업계관계자는 "선박 건조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조선사들은 철강 원가 10%만 줄여도 수천만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면서도 "장기적 관점으로는 국내 철강 기반이 약화되면 조선업도 공급 리스크를 안게 돼 두 업계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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