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엉겅퀴꽃', '철원 평야', '춤을 추리라' 등 한국 현대사의 고통을 시로 풀어내, 민초들의 가슴을 쓰다듬은 민영(본명 민병하) 시인이 17일 별세했다. 향년 91세.
1934년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난 고인은 가족가 함께 만주로 건너가 그곳에서 성장했다. 간도성 허룽현(和龍縣)의 명신소학교 5학년 중퇴 후 독학했으며 해방 이후 고향으로 돌아왔다. 1959년 <현대문학> 추천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단장’, ‘용인 지나는 길에’, ‘냉이를 캐며’, ‘엉겅퀴꽃’ 등 다수의 시집을 펴내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민영 시인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분단과 전쟁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직접 겪은 세대로서, 시대의 상처를 보듬는 시를 썼다. 고인은 “짧은 언어로 세사의 만상을 도려내는 서늘한 시편들”을 현대 문학사에 남겼다. 그의 작품 세계는 분단과 시대의 아픔을 보듬었으며 전통 민요의 생명력을 현대시에 불어 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시민들의 일상, 토착적 삶의 애환과 그들의 한의 정조, 낙관적 정서 등 우리 삶의 일상적 서정들을 아름다운 가락으로 노래하였으며, 시집 <단장>, <용인 지나는 길에>, <냉이를 캐며>, <엉겅퀴꽃> 등을 냈다. 고인의 시 '엉겅퀴꽃'은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여성들의 한을 엉겅퀴꽃에 빗대 표현한 작품이다. 시 '철원 평야'는 한국전쟁이 훑고 지나간 빈 들판을 내려다보며 느끼는 감상을 담아냈다.
1991년 시집 '바람부는 날'로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당시 심사위원단은 "단아한 형식 속에 긴장의 자세를 잃지 않는 시인의 지속적인 자기성찰이 개인사와 민족사를 함께 아우르는 시적 성취를 이뤘다"고 평했다.
고인은 사회문화 활동도 활발하게 했다. (사)한국작가회의 고문, 민요연구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1983년 한국평론가협회 문학상, 1991년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만해문학상을 받은 시집 <바람 부는 날>은 “단아한 형식 속에 긴장의 자세를 잃지 않는 시인의 지속적인 자기성찰이 개인사와 민족사를 함께 아우르는 시적 성취를 이뤘다”는 평을 받았다.
빈소는 삼육서울병원 추모관에 마련됐으며, 장례는 문인장으로 치러진다. 유족으로는 자녀 민현빈·경빈·영빈 씨가 있다. 발인은 19일 오전 8시, 장지는 용인공원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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