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모델 개발 경험을 갖춘 LG AI연구원장 출신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하정우 대통령실 AI수석이 '소버린 AI 프로젝트' 설립에 전면으로 나섰다. 이들의 진두지휘로 국내 AI 산업이 오픈소스 기반 ‘한국형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과 ‘소버린 AI’ 확산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 전망이다.
26일 AI 업계에 따르면 국내 AI 기업 다수가 과기정통부가 다음 달 21일까지 공모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네이버, LG AI연구원을 비롯해 솔트룩스, 업스테이지, 이스트소프트, 코난테크놀로지 등도 참여를 검토 중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국내 최정예 AI 기업 컨소시엄이 직접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정부가 3년간 GPU, 데이터, 인재 등 자원을 집중 지원하는 방식이다. 총 2136억원이 투입되며 개발 전략과 방식은 참여 기업이 주도한다. 완성된 모델은 ‘K-AI’ 국가 인증을 받은 뒤 오픈소스로 공개될 예정이며 이재명 정부의 ‘전 국민 무료 AI’ 정책 기반으로도 활용된다.
프로젝트 총괄에는 한국형 LLM 개발을 주도해온 하정우 수석과 배경훈 후보가 나선다. AI 업계는 정부 주도의 대형 LLM 개발 프로젝트에 두 인물이 전면 배치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강조하는 ‘소버린 AI’와 국내 AI 생태계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AI 업계는 독자 모델 확보를 통해 장기적인 AI 수출 기회를 모색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오픈소스 활용이 필수라는 입장이다. LG AI연구원은 지난해 말 자체 모델 ‘엑사원 3.0’을, 네이버클라우드는 올해 4월 ‘하이퍼클로바X 씨드’ 모델 3종을 각각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누적 다운로드 수를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내 AI 기업들은 알고리즘과 생태계를 해외 빅테크의 오픈소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때문에 핵심 기술과 데이터 통제권이 외국 기업에 쏠려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문제는 외국 기업이기 때문에 해당 모델이 어떤 데이터를 썼고 어떤 편향을 안고 있는지, 알고리즘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다”면서 “국내도 중동, 동남아 등 비영어권 수출을 염두에 둔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을 확보하고 오픈소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오픈소스는 무료지만 이를 기반으로 하는 응용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 사용에는 비용이 발생한다. 특히 외산 모델에 한국어 파인튜닝을 적용하면 토큰당 0.06~0.12달러 정도 비용이 들 뿐 아니라 기대했던 만큼 품질을 보장하기 어렵다. 국내 독자 모델이 개발되면 이 같은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AI 기술 전문가를 정부 전면에 배치한 것이 지나치게 기술 중심적인 접근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술은 중요하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확산과 실효성 확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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