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번 SK텔레콤 해킹 사태는 국내 통신 인프라의 보안 취약성을 드러낸 중대한 사건이었다. 통신서비스는 단순한 민간 서비스가 아니라, 국가 기반시설이자 국민의 일상과 공공안전에 직결된 필수 인프라다. 이번 사태는 SKT의 복잡한 내부망, 외부 연동망, 이동전화 교환망 등이 사이버 위협에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으며, 우리 사회의 보안 수준이 과연 현실을 따라가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국내 정보보안은 기술적으로 빠르게 발전해 왔지만, 여전히 ‘사후 대응 중심’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보안 기술과 장비 도입은 활발하나, 이를 뒷받침하는 보안 철학, 조직문화, 고객 신뢰 중심의 경영 인식은 부족하다. 특히 기업의 경영자는 보안은 귀찮고 돈만 먹는 하마쯤으로 여긴다.
해킹 대응은 단순히 시스템 패치나 외주 강화를 넘어서야 한다. 보안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다. 그것을 운영하는 기업의 태도와 문화, 다시 말해 보안을 생활화한 조직적 인식에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국 보안은 IT 부서의 업무가 아니라, 기업문화 전체에 녹아 있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기술적 실수가 아니라, 보안을 경영의 중심에 두지 못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례다. 최고경영진이 보안을 직접 챙기고, 보안 리더십을 경영 리더십과 유기적으로 연계할 때에만 통신사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보안의 최대의 적은 시스템 설계자와 구축자의 실수다. 이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오류 가능성을 고려한 실수 허용형 시스템 설계, 사회공학적 방어, 그리고 보안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도록 설계된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이상적인 보안은 ‘보안 인식’ 없이도 안전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즉 보안이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시스템과 문화에서 비롯된다.
보안은 단순한 방어 개념을 넘어, 고객 신뢰를 구축하는 핵심 경쟁력이다. 기업의 모든 의사결정과 운영 프로세스에 보안이 내재화될 때, 이용자는 안심하고 자신의 정보를 맡길 수 있다. 이번 사태가 통신업계 전반에 경각심을 일깨우고, 보안 기술 중심에서 보안을 경영 관리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해킹 사건을 넘어, 기업이 보안 관리와 고객 신뢰를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보안은 이제 IT 부서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임직원이 함께 책임지고 실천해야 하는 조직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
기업은 보안이 단지 비용이 아닌 경쟁력임을 깨닫고, 이를 통해 진정한 고객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기술적 대응이 아닌, 조직 전체가 보안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실천하는 문화가 자리 잡는 것이다.
보안은 기술과 장비의 도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조직 내 모든 구성원이 보안을 일상의 일부로 인식하고, 고객 데이터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이번 사건이 통신업계에 보안을 경영의 핵심으로 내재화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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