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광산업이 애경산업 인수전에 본격 뛰어들며 화장품, 에너지, 부동산 개발 등 신사업에 총 1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기존 석유화학과 섬유 중심의 사업 구조를 과감히 재편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올해 말까지 1조원, 내년까지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로드맵을 마련했다. 주요 투자 대상은 화장품 등 뷰티 산업, 친환경 에너지, 부동산 및 숙박시설 개발 등이다. 이미 뷰티 부문을 겨냥한 자회사를 설립하고 신규 법인도 잇따라 준비 중이다.
이와 함께 애경산업 인수전에도 참가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 매각 주관사 삼정KPMG는 애경산업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을 마감했고, 원매자 중 5곳을 숏리스트로 선정했다. 태광그룹도 여기에 이름을 올렸다. 인수전 주체는 태광산업과 계열사 티시스가 공동 출자한 투자전문 자회사 '티투프라이빗에쿼티'다.
이에 따라 태광산업은 오는 7월 3186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해 외부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 자금은 사업구조 재편과 인수전 실탄으로 활용된다. 나일론 생산시설과 중국 스판덱스 공장의 가동 중단도 검토 중으로, 추가 자금 확보는 불가피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태광산업의 실적 부진도 사업 개편의 배경이다. 매출은 2022년 2조6066억원에서 2023년 2조1218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손익은 3년 연속 적자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생존을 위한 전면적 사업 재편이 시급하다”며 “교환사채 발행은 고용 안정과 기업 지속성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태광은 오는 31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변경을 통해 △화장품 제조·판매 △에너지 관련 사업 △부동산·숙박시설 개발 및 운영 △리츠·PFV 투자 △블록체인 기반 금융사업 등 신사업 항목을 대거 추가할 계획이다. 자사주 소각 등 주주친화 정책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선 이번 투자 계획과 인수전 참여가 대주주 간 신뢰 회복 및 경영권 안정을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교환사채 발행을 두고 2대 주주 측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낸 가운데 발표된 대규모 투자 계획은, 태광의 미래 방향성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반영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이번 투자와 인수 참여는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내부 갈등을 극복하고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한 중대한 전환점"이라며 "재무 건전성 확보와 사업 다각화를 동시에 추진해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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