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배당금 지급'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안정적인 현금흐름 확보에 집중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맞춰 자산운용사들도 월·분기 배당을 제공하는 고배당 ETF와 커버드콜 전략을 활용한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의 'PLUS 고배당주' ETF 순자산 총액은 1조1500억원으로 연초(4384억원) 대비 162.32% 증가했다. 수익률도 올해 들어 37%에 달한다. 이 ETF는 유동시가총액 상위 200개 종목 중 예상 배당수익률이 높은 31개 종목에 투자하는 펀드로, 국내 고배당 ETF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고배당뿐 아니라 '배당+옵션' 결합 전략으로 현금흐름을 극대화하는 상품도 눈길을 끈다. 지난 1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브이아이자산운용의 'FOCUS 알리바바미국채커버드콜혼합' ETF는 중국 대표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술주인 알리바바(30%)와 미국 장기 국채(70%)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커버드콜 전략을 통해 매월 분배금을 지급한다. 퇴직연금 계좌에서도 100% 편입 가능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으로 꼽힌다. 2거래일 간 순자산총액은 80억원으로 집계됐다.
배당 ETF 시장의 또 다른 변화는 기존 자동 재투자(TR)형 상품들의 분배금 지급(PR) 전환이다. 삼성자산운용은 'KODEX 미국S&P500 ETF'와 'KODEX 미국나스닥100 ETF'를 PR형으로 전환하면서 15개 분기 동안 쌓아 온 배당금을 오는 7월 분배 시부터 투자자들에게 나눠서 지급할 예정이다. 유보 배당금 분배율은 지급 분기의 순자산가치(NAV) 대비 각각 0.27%, 0.14% 수준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TIGER 미국S&P500(H)', 'TIGER 미국나스닥100(H)', 'TIGER 미국나스닥100채권혼합Fn' 3종 ETF를 분배형으로 전환해 앞으로 분기마다 분배금을 지급한다. 미래자산운용은 미국S&P(H)와 미국나스닥100(H)는 이자·배당 소득을 현금 분배하고 미국나스닥100채권혼합Fn 상품은 주식 부분에 대해 분배한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꾸준한 현금흐름을 주는 배당 ETF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며 "특히 퇴직연금 투자자들이 고배당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은 국내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신규 ETF를 이달 선보인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은 "국내 고배당주를 통한 알파 수익 이외에도 미국 하이일드 채권과 장기국채 ETF에 투자해 안정적인 이자수익과 향후 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자본차익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배당 ETF 성장에는 투자자 수요뿐 아니라 규제 변화도 중요한 배경이다. 지난 1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4년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 해외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TR ETF를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자산운용사가 운용을 위해 분배형으로 전환한 것이다. 그동안 '배당금 자동 재투자' 구조로 퇴직연금계좌 등에서 인기를 끌었던 TR ETF가 정부의 과세 형평성 강화 정책에 따라 큰 변화를 맞은 셈이다.
향후 국내 고배당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이어진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신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혁신과 소액주주 권리 강화를 위한 상법 개정 등 여러 정책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국내 배당주에 대해 관심이 점점 높아질 것"이라며 "해외 배당주 펀드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였던 상반기와는 달리 연말로 갈수록 바뀐 배당 제도의 수혜로 국내 시장으로 이목이 쏠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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