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리튬 배터리 관련 기업들이 잇달아 홍콩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공급 과잉 등의 문제로 중국 국내 시장 성장이 둔화하자 해외 사업 확장을 계획하면서 실탄 장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9일 중국 제몐신문에 따르면 중국 1위 전해액 제조업체 톈츠(TINCI, 002709.SZ)는 최근 홍콩 증시 2차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0년 설립된 톈츠는 리튬이온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전해액과 양극 소재인 리튬인산철 등을 주로 생산한다.
톈츠가 이번에 홍콩 증시 입성을 추진하는 것은 해외 사업 확장을 위해서다. 중국 시장의 공급 과잉 문제로 전해액 가격이 급락했고 톈츠 매출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EVTank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리튬·철 전해액 평균 판매 가격은 톤당 2만1000위안(약 4025만원)을 기록했다. 2023년 초와 비교하면 약 60% 하락한 수준이다.
중국 석유화학 정보사이트 룽중즈쉰의 진페이페이 전해액 분석가는 "중국 전해액 시장이 현재 과잉 생산 단계에 진입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면서 "이에 따라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해액뿐만 아니라 리튬 배터리 업계 전체가 이런 추세"라고 설명했다. 앞서 톈츠는 연례보고서에서 "시장 성장세가 뚜렷하고 수익성이 안정적인 해외 시장이 중요한 돌파구 중 하나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무역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이유다. 전리(真锂)연구원 창업자인 모커 리튬 배터리 전문가는 "현재 유럽, 미국과의 무역 불확실성이 큰 데다 양국 모두 리튬 배터리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어 중국의 수출 제품이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중국 리튬 배터리 기업들은 해외 공장 설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해외 사업 확장에 나서면서 홍콩 2차 상장 추진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5월 상장한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 닝더스다이(CATL) 뿐만 아니라 이웨이리넝(EVE에너지), 신왕다(Sunwoda), 중웨이(CNGR), 싱위안재질, 거린메이(GEM), 셴다오즈넝 등이 홍콩 IPO 계획을 발표했다. 진 분석가는 이에 대해 "주요 목적은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재정 지원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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