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인협회는 14일 '전력구매계약(PPA) 제도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중국발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범용제품 대신 고부가가치 저탄소 제품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철강 산업의 수소환원제철, 석유화학 산업의 전기가열로 나프타분해시설(NCC) 등이 무탄소전력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기술이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도 탄소 감축 열풍이 불고 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ASML 등 글로벌 원청기업들은 향후 10~15년 이내에 넷제로(탄소배출량 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공급업체들은 무탄소전력 사용과 탄소 감축을 강하게 요구받고 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8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연평균 8.7% 증가한다. 이는 4대 산업의 전력소비량 연평균 증가율(5.2%)를 상회해 재생에너지 수급이 개선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2038년 4대 산업의 무탄소전력 충당률은 81.6%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무탄소전력에 대한 수요가 전 산업으로 확장될 경우 해당 충당률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PPA 제도 활성화를 무탄소전력 초과수요 해소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전력구매계약은 기업과 발전사업자가 계약을 맺어 전력을 공급받는 방식이다. 기업이 사용한 전력의 에너지원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녹색프리미엄 등과 함께 대표적인 무탄소전력 조달 수단으로 활용된다.
한경협은 PPA 활성화를 위해 재생에너지 구매 시 지불하는 전력거래대금 중 망이용료, 전력기반기금 등 부대비용을 한시적으로 면제 또는 경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PPA 제도가 활성화되면 무탄소전력원에 대한 공급이 증가하게 되고, 궁극적으로 무탄소전력 초과수요 해소에 기여한다는 데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해외는 PPA 확산을 위한 지원정책을 시행 중이다. 일본 경산성은 2020년부터 기업의 PPA 비용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PPA에 참여하는 발전설비 투자비에 대해서도 3분의 1을 정부가 지원한다. 대만은 2023년부터 PPA 망 이용료의 80%를 경감해주고 있다. 망 이용료 할인율은 매년 20%포인트씩 인하, 2027년에 망 이용료 할인이 일몰되는 방식으로 제도를 시행 중이다.
한경협은 최근 5개년 평균 79.4% 수준인 원전의 이용률을 10%포인트 높이고 기존 원전을 PPA에 포함시킨다면, 2042년까지 4대 산업의 무탄소전력 초과수요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무탄소전력을 재생에너지로만 조달할 수 있는 현 제도 하에서는 2042년 무탄소전력의 전력수요 충당률은 93.0% 수준에 불과하나, 조달 가능한 무탄소전력원에 기존 원전을 포함시키고 동시에 원전의 이용률을 상향하면 충당률이 101.8%로 8.8%포인트 상승한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국내 주력산업은 경영위기와 함께 무탄소전력 사용 요구를 직면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효율적으로 무탄소전력을 수급할 수 있는 제도 환경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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