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의 100투더퓨처] 지옥이 된 유토피아 …잘 살던 쥐들은 왜 멸망했나

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나타나는 사회적 변화는 예상을 벗어나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인류가 그토록 열망하였던 장수사회는 행복을 보장하는 장밋빛 유토피아(utopia)여야 하는데 호사다마(好事多魔)랄까 실제로 나타나는 현실은 행복과는 거리가 먼 잿빛 디스토피아(dystopia)의 경향을 보여 당황하게 하고 있다. 오복 중의 첫째인 장수로 표방하는 수명연장은 더 이상 특수층의 독점물이 아니고 이제는 일반인들도 향유할 수 있을 만큼 보편화되었다. 선진국의 평균수명이 19세기말 50세였는데 20세기말에 80세에 이르렀고 21세기말에는 100세를 추월할 것이 예상되면서 수명의 양적증가만이 아니라 이를 동반하여야 할 삶의 질적 개선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단순 장수가 아니라 행복 장수를 염원해 온 인류는 수명연장사회로 진입하면서 출산율 격감, 인간관계 변질 그리고 이기적 행동이 심화되는 현상을 겪으면서 이상적인 유토피아가 아니라 사회괴리적인 디스토피아로 변하지 않을까 라는 불안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 우리가 마주한 초고령사회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분수령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초래되는 생물학적 사회적 변화의 의미를 분석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대응방안 개발이 시급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 부합한 고령사회에 경종을 울린 연구보고가 있어 살펴본다. 미국의 행동과학자인 칼훈 박사는 동물실험을 바탕으로 초고령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한 유니버스(Universe) 25 프로젝트 결과를 발표하였다(John B. Calhoun: Death Squared: The Explosive Growth and Demise of a Mouse Population. Proc. Roy. Soc. Med. Volume 66, 80, 1973). 그는 먹이와 식수는 물론 공간을 충분하게 갖춘 유토피아적 환경을 확보한 다음, 쥐들이 번식해 나가면서 일어나는 사회적 변화 패턴을 지속적으로 관찰하였다. 처음 암수 4쌍의 Balb C 생쥐로 시작하였는데 환경에 적응하면서 급속도로 번식을 하여 55일마다 숫자가 두배로 늘어났다. 기간이 경과하면서 개체수가 두배로 늘어나는 기간이 145일로 지연되더니 개체수 2056마리를 정점으로 이후 번식은 침체되는 반면 실험쥐의 수명은 평균보다 크게 증가된 일종의 고령사회로 진입하였다. 이때부터 쥐들 간의 경쟁과 계층화가 발생하고 공격성이 증가하였다. 그러다가 번식이 급격하게 중단되면서 쥐들이 새끼를 양육하는 역할을 상실하고 생식이라는 성적 관심이 사라지면서 고립을 선호하는 사회적 괴리 현상이 나타났다. 그후 결국 출산율이 0%가 되어 1500일이 될 무렵 실험집단이 멸종한다는 결과였다. 이 과정에서 먹이와 식수는 개체숫자에 맞추어 충분하도록 공급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으며 마지막 세대에 이르러서는 수컷들이 짝짓기나 사회적 활동을 거부하고 외모관리와 먹는 것에만 집착하여 결국 번식을 하지 않아 그 사회는 멸망하였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칼훈 박사팀은 연구결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같은 실험을 수차례 반복하였으나 그 결과는 대동소이하였다.

이와 같은 Universe 25 프로젝트에서 주목하여야 할 점은 먹이와 식수와 같은 물질이 풍요함에도 불구하고 초고령화되면 쥐들이 사회적 역할을 상실하고 무기력이 확산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사회적 역할이나 성적 관심을 상실하고 자신의 외모에만 신경 쓰는 ‘아름다운 쥐들(Beautiful Ones)’이 등장한 것이다. 경쟁에서 밀려난 쥐들이 자기 관리와 소비에만 몰두하며, 공동체 활동이나 출산에 관심을 잃는 현상으로 마치 우리나라의 ‘욜로족’, 중국의 ‘탕핑족’, 일본의 ‘사토리 세대’의 출현을 시사해주는 듯하다. 고령화가 진행되며 사회적 유대감이 약화되고, 젊은 세대는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을 예고해주며 결국 초고령사회에서 저출산과 인구감소의 악순환으로 노동력 부족, 복지 부담 증가,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서 고령화에 따라 쥐들의 계층화가 이루어지고 경쟁에서 밀린 쥐들이 고립되면서 공격성을 띠는 현상은 인간 사회의 빈부 격차, 계층 고착화, 사회적 갈등에 따른 사회 통합의 붕괴를 경고해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정신 건강 문제를 일으키고 사회적 고립을 야기하여 쥐들은 스트레스와 고립 속에서 이상 행동을 보였다. 이는 초고령사회의 우울증, 불안, 고립감의 증가와 사회적 연대의 약화를 예고해주고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인간 사회가 Universe 25 프로젝트가 시사하는 경로를 밟을 수 있음을 심각하게 경고하고 있다.

미래사회 위기에 대한 경고로 대표적인 조지 오웰의 <1984>나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포함한 수많은 작품들의 대부분은 허구적 상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반면 Universe 25 프로젝트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제적인 실험적 결과에 근거를 두었기 때문에 보다 구체성을 가지고 있고 훨씬 설득력이 있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동물과 인간의 사회적 대응패턴이 같을 수는 없다. 자기성찰, 창의력 및 공간능력에 있어 인간과 동물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 이러한 능력에 엄연한 차이가 있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결과를 그대로 인간사회에 적용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인간이 꿈꾸어 온 장수사회를 행복장수사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모호한 염원의 시대와는 다른 보다 개혁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함을 지적해주고 있다. 동물실험의 결과를 타산지석(他山之石)삼아 초고령사회의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구축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물질적 풍요가 해결하지 못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대응방안이 시급함에 유의하여야 한다. 과감하게 계층화를 방지하는 제도적 개혁을 하여야 하고 세대 간의 연대를 강화하고 출산을 장려하면서 공동체를 회복하여 시니어들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감을 촉구하는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이에 유례가 없이 초고속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K-시니어들이 역사적 사명감을 가지고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갈림길에서 후속세대가 유토피아적 장수사회를 향유할 수 있도록 인계해 주는 책임을 다하여야 하는 소이(所以)가 있다.



필자 박상철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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