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엑소더스] [단독] 직원 떠나는 금감원…전 직급 모여 '조직문화' 개선 추진

  • 올 상반기 취업심사만 30명…지난해보다 증가세↑

  • 李 전 원장, '업무 과중' 문화에…조직 개선 협의체

참고 이미지 사진챗GPT
참고 이미지 [사진=챗GPT]

한때 ‘신의 직장’이라 불리던 금융당국에서 이른바 엑소더스(대탈출)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이복현 전 원장 시절 과중한 업무가 일상화되면서 퇴사자가 크게 늘었다. 금감원은 모든 직급의 직원들이 모여 조직문화를 개선할 안건을 직접 논의하고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금감원의 변화를 이끈다는 계획이다.

22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재취업을 위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취업심사를 받은 금융당국 퇴직자는 총 3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년간 57명이 취업심사를 받은 점을 고려하면 그보다 증가 속도가 소폭 빨라졌다. 특히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취업심사를 받은 금융당국 퇴직자 총 87명 중 금감원 출신이 77명으로 약 89%를 차지했다.
 
재취업 수요가 많은 만큼 당연히 금감원에서 의원면직(자발적 퇴직)하는 직원 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2019년 32명에 불과했던 자발적 퇴직자 수는 △2020년 45명 △2021년 62명 △2022년 70명 △2023년 74명 등 매년 증가했고 4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불었다.

이처럼 특히 금감원에서 퇴직자가 속출하고 있는 건 이복현 전 원장 체제하에서 지나치게 과중한 업무를 당연시하는 조직문화가 자리 잡게 된 영향이 크다. 실제 금감원 주요 업무인 금융사 대상 정기·수시검사 횟수는 이복현 전 원장 취임 당해였던 2022년 579회에서 올해 738회(예정)까지 늘었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티몬·위메프 사태, 대규모 은행권 부당대출 검사 등으로 업무가 과중해지며 자연스럽게 시간 외 근무가 길어졌다. 시간 외 근무는 수당이나 대체휴가 중 선택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지난해엔 하반기 들어 예산 소진 때문에 대체휴가를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민간 금융사보다 적어졌다. 2022년 1억1007만원으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보다 높던 금감원 평균 연봉은 지난해 1억851만원으로 5대 은행(1억1548만원)보다 낮아졌다. 한때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금감원이 외면받고 있는 이유다. 과중한 업무에도 낮은 연봉 등으로 개인 만족감이 더 떨어진 건 물론 민간 금융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크게 늘며 당국 위상 역시 과거와 달라졌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이에 금감원은 올해 이세훈 수석부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조직문화 협의체’를 구성해 본격적인 조직문화 개선에 나선다. 협의체는 팀장, 수석, 선임, 조사장 등 전 직급별 직원 대표 15명을 포함해 총 21명으로 구성됐다. 지난 4월 킥오프(Kick-off·첫 회의)를 열었고, 올해 9~10월경 세부 과제를 추진한다는 목표다. 아직 구체적인 과제는 정하지 않았지만 크게 △업무 효율화 △의사 소통 활성화 △협업 활성화 △근무 제도 확충 △복지 제도 확충 등 범위에서 개선안을 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직문화 협의체를 구성하기 위해 내부 공모 절차를 거쳤고, 전 직원 중 원하는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며 “지난해 받은 조직 진단 컨설팅 결과에 따라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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