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막판 관세 협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독일과 프랑스가 미국의 관세 조치에 맞서 대응 조치를 준비하자고 다른 EU 회원국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 보도했다. 양국이 연대하며 EU 내 미국 관세 정책에 강경 대응 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보도에 따르면 내부 관계자들은 독일이 그동안 협상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세운 수출 장벽 완화를 요구해 왔지만, 최근에는 강경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보복 관세를 통해 미국 기업들에 고통을 가해 트럼프를 상대로 협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는 8월 1일로 예정된 미-EU 무역협상 시한을 앞두고 EU가 한층 더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음을 보여준다고 FT는 짚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23일 베를린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EU의 통상 정책을 총괄하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전날 회원국 대사들과 비공개 회의를 열고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발동 여부를 집중 논의했다.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ACI는 제3국이 EU에 통상 압박을 가할 경우, 서비스·외국인 직접투자·금융·공공조달·지식재산권 등에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아직 한 번도 사용된 적은 없다.
독일과 프랑스는 ACI 발동에 찬성하지만, 일부 회원국은 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반응 우려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EU 외교관은 "ACI 발동에 반대하는 침묵하는 다수가 있다"고 말했고, 또 다른 외교관도 "그것은 핵폭탄이 될 것"이라며 "회원국들이 ACI에 찬성한다면 상황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유동적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일부 외교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1일부터 EU에 대한 상호 관세를 30%로 올리겠다고 위협하는 서한을 보내면서 EU 내 강경 기류는 더욱 거세졌다고 전했다.
다만 외교관들은 ACI가 발동되더라도 이는 조사의 개시를 의미할 뿐 즉각 조치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ACI가 발동되면 집행위가 조사를 시작하고 미국이 강압적 조치를 했다고 판정해야 보복 권고가 나오며 최종 결정은 회원국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이는 정교하게 조율된 대응"이라며 "바주카가 될 수도 있지만 저격소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올로프 길 EU 집행위 무역 대변인은 8월 1일 전까지는 어떤 보복 조치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그때까지 우리는 협상에 집중할 것이며, 현재로선 그것이 우리의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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