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컬처의 뿌리인 한국 미술을 알리기 위해 블록버스터급 세계 순회전을 여는 것을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있어요.”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취임 사흘째인 24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처럼 말하며 “한국 문화의 세계화를 위해서 (국내외에서) 여러 전시를 꾸준히 열 것”이라고 밝혔다.
유 관장은 1980년대 열렸던 <한국미술 5천년>전을 회상하며, 제2의 <한국미술 5천년>을 마련하는 것이 박물관에 주어진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전시를 1979년 5월부터 1981년 10월까지 미국 영국, 프랑스 등지에서 선보인 바 있다.
“<한국미술 5천년>은 한국 미술이 서구권에서 인정받은 큰 계기였어요. 이 전시가 열린 후 해외에서 코리안아트 전공 큐레이터를 채용하고 국제 교류 재단의 워크숍 등을 통해서 외국인들이 한국으로 연수하러 왔죠. 박물관 전시는 통상 2~3년 전부터 기획해요. 지금 시작한다고 해도 전시의 최종 형태는 3년 후쯤 볼 수 있을 거예요.”
유 관장은 “(전시를 통해) 우리 문화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고, 고미술이 가진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세계 미술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세계 유수 미술관 소장품을 초대해서 국민들이 그 나라에 가지 않아도 미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할거예요. 런던 테이트모던에 관광 가서 볼 게 아니라 바로 이곳에서 마음대로 작품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또한 외국 작품들을 지방 박물관에도 전시하는 등 지방과 연계하도록 할 거예요.”
유 관장은 한국 미술을 알리는 책을 번역해서 해외로 전파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저서 <외국인을 위한 한국미술사 텍스트>를 오는 8월 중 출간할 계획이다. “한국 미술에 대해서 영어로 쓰인 책이 엄청나게 부족해요.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 문화, 역사, 미술에 대한 책이 나와야 외국인들이 이를 기초로 공부하고 한국 문화를 전공하러 우리나라로 오는거죠. 외국에 미술을 소개할 때는 건축, 조각, 회화, 도자기 등 장르별로 써야해요. <외국인을 위한 한국미술사 텍스트>가 영어나 불어 등으로 번역되길 희망하고 있어요.”
그는 또한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들이 편안하게 전시를 보고 떠날 수 있도록 주차장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장으로 취임해서 첫 번째로 해결해야 하는 게 주차 문제예요. 박물관이 대국민 서비스 기관인데 전시를 보고 나가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리면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일어날 수밖에 없죠. 어떻게 하면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어요.”
44만점의 유물을 담고 있는 수장고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실제로 연구하는 사람들은 유물의 파편 조각이라도 보고 싶어하죠. 수장고를 공개하는 게 국제적 추세예요. 오사카 동양도자관은 연구자들만이라도 자료를 볼 수 있도록 수장고를 개방하고 있고요. 우리 박물관의 수장고는 세계 최고로 잘 돼 있어요. 다만, 예산과 인력이 따라 줘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박물관 입장료는 장기적으로 올리는 게 맞지만 국민적 동의를 얻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또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는 "새 장관은 (문화를) 산업화하는 역량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문화 산업화에는) 그 분(최 후보자)이 일이 맞춤이죠. 나는 관장이 맞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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