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인권 문제에는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단기 대응이 아닌, 일관되고 지속 가능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제임스 히난(James Heenan)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은 최근 AJP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오는 9월 유엔 인권이사회 제60차 회기에서 발표될 예정인 북한 인권 보고서를 앞두고, "최근 몇 년 사이 북한 내 표현의 자유와 외부 정보 접근이 특히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현재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서울사무소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요청에 따라 지난 10년간의 북한 인권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후속 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앞서 2014년 2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약 1년에 걸친 조사를 통해, 북한 전역에서 자의적 구금, 고문, 표현과 이동의 자유 제한 등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결론 내린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유엔 인권기구가 무력 분쟁 상황이 아닌 국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드문 전면 조사 사례였다.
이 보고서의 권고에 따라, 2015년 서울에 설치된 유엔인권사무소는 북한 인권 상황을 장기적으로 감시하고, 향후 책임 규명을 위한 증거 수집을 주요 임무로 수행하고 있다.
![제임스 히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 [사진=AJP 한준구 기자]](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5/07/28/20250728180538449754.jpg)
히난 소장은 이번 보고서가 단순한 현황 정리에 그치지 않고, 북한 인권 문제의 장기적 흐름과 구조적 특성을 조망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년간 어떤 패턴이 반복되었는지, 또 변화의 가능성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아직 작성 중이기 때문에, 그는 "보다 구체적인 판단은 최종 보고서가 완성된 이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긍정적인 변화가 포함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언급했다. 다만 "그런 변화는 매우 작고 제한적일 수 있으며, 전반적으로는 상황이 더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외부 정보를 접하거나, 개인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과거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북한 인권 문제가 국제 사회에서 다른 인권 문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히난 소장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위기들이 발생하면서 북한 문제가 언론과 대중의 관심에서 다소 멀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북한 인권 문제의 경우 시각적 증거나 실시간 보도가 제한적인 구조이고, 이 문제가 70년 넘게 이어져 오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어려운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강조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 인권 문제에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접근은 피해자들의 경험을 진지하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접근은 한국 사회 내에서도 관심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했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북한인권보고서의 공개 여부를 다시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보고서의 공개가 실제로 인권 개선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히난 소장은 "어떤 사안에 대한 보고서를 공개하는 것이 실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는, 모든 보고서에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질문"이라며, "법적 공개 의무가 없다면, 공개 여부는 각 정부가 판단할 몫"이라고 말했다.
2016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은 통일부가 매년 북한 인권 실태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보고서를 비공개로 유지했고, 윤석열 정부는 이를 공개로 전환했다. 현 정부는 다시 보고서의 공개 여부를 검토 중이다.
히난 소장은 "유엔은 일반적으로 투명성을 지지하며, 공개된 정보는 더 폭넓게 활용될 수 있고 사회적 논의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조용한 접근이 더 효과적인 경우도 있으며, 실제로 일부 단체나 기관은 특정 정보를 언론에 공개하기에 앞서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와 먼저 소통하기도 한다"며, "공개와 비공개는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른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내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나라에서 인권 문제는 본질적으로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개인과 국가 사이의 권력 관계를 다루는 일이기 때문"이라며, "북한 인권을 둘러싼 논의는 남북이 한반도라는 동일한 공간에 함께 존재하지만 분단된 상태에 놓여 있고, 역사적·사회적 맥락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편, 그는 탈북민들과 정기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히난 소장은 "책임 규명과 피해자 지원 등 다양한 주제를 중심으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며 "하지만 정치적 논쟁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참여를 망설이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히난 소장은 "인권 문제는 그렇게 정치화되어서는 안 된다. 이 문제를 풀 방법을 찾는 것은 공적 책임을 지는 이들의 몫이다."며, 북한 인권 문제가 정치적 맥락에 휘둘리지 않고, 사회적 책임의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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