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아빠, 화가 나? 우리 선생님이 그랬는데, 화가 나면 숨을 다섯 번 천천히 쉬면 괜찮아질 수도 있대.”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부모의 다툼 속에서 던진 이 말 한마디.
그 말은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조언일 수 있지만, 권수영 작가에게는 공감 언어 ‘불속화’가 일상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확신의 순간이었다.
‘불편해? 속상해? 화가 나?’는 교사이자 부모이자 한 사람으로서 공감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작지만 깊은 안내서다. 이 책에서 말하는 ‘불속화’는 다름 아닌 세 가지 질문이다.
“불편했어?”, “속상했어?”, “화가 났어?”
“공감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입니다. 함께 머무는 것, 그 자리에 조용히 있어주는 것이죠.”
그는 공감을 답을 주는 일이 아니라, 머무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공감은 누군가를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곁에 있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단순한 진심이 아이들을 바꾸고, 교사를 바꾸고, 교실의 공기를 바꾼다.
공감이 교사 자신부터 변화시켰다. 권수영 작가가 처음 공감 언어를 접한 건 2013년, 비폭력대화를 만나면서였다. “말투를 바꾼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했던 그는 한 마디씩 아이들에게 건네다 변화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어느 날 ‘힘들었니?’ 하고 물어봤는데, 아이가 눈물이 핑 도는 눈으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 순간, 아이의 행동보다 마음을 먼저 본 내가 바뀌었구나 싶었죠.” 공감은 교사와 아이, 부모와 자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만드는 다리다. 그 다리는 때론 말보다 더 큰 위로가 된다.
공감은 훈련이고, 실천이다 하지만 공감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감정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화가 나면 아이에게 상처 주는 말을 먼저 하게 돼요” 이런 고민을 가진 교사와 부모에게, 권 선생님은 “중꺽마다”를 제안한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고 매번 시도하는 거예요. 안 되는 날도 있죠. 그럼 후회하고, 나를 돌보고, 또 시작하면 돼요.” 공감을 잘하려면 먼저 자신을 돌보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

책 속에 소개된 ‘나비 포옹’이나 ‘나 안아주기’는 아이들뿐 아니라 교사 스스로에게 큰 위로가 되는 감각 기반의 회복법이다. “공감은 말 한마디보다,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느끼는 데서 시작돼요. 나를 잘 돌볼 수 있어야, 진짜 공감이 가능해요.”
교실에서, 가정에서, 삶 속에서 이어지는 공감 책 속엔 공감을 시작하는 매직 워드들도 담겨 있다. “얼마나 속상했어?”, “말해줘서 고마워.”, “멈춰줄래?”, “네 안전이 중요해.” 짧지만 진심 어린 말들이 아이들과의 신뢰를 단단히 만든다. 권수영 작가는 이 공감 언어가 교실을 넘어 가정과 사회로 확장되길 바란다. 그는 앞으로 ‘가정에서의 비폭력대화’, 특히 부부 사이의 언어를 주제로 한 책을 준비 중이다. “부모가 서로 공감하는 모습을 아이들이 본다면, 그 자체로 가장 큰 교육이 된다고 생각해요.”
교육은, 마음과 마음을 맞추는 일
“아이와 잘 놀기 위해 나는 일찍 잠들어요.”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웃고, 편안한 사이가 되기 위한 결심이 그의 삶의 방식까지 바꿔 놓았다.
“교육은 결국 마음과 마음을 맞추는 일이에요. 느려도 괜찮아요. 진짜 배움은 연결에서 시작되니까요.”
‘불편해? 속상해? 화가 나?’는 공감을 특별한 기술이 아닌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말의 연습으로 풀어낸 책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아이와 매일 마주하는 교사에게, 그리고 관계 속에서 자주 길을 잃는 우리 모두에게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따뜻한 길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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