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여백에 스며든 향…그림이 향이, 향이 그림이 되다

  • 작가의 방 '푸른 여백, 마음의 풍경: 김환기(1913~1974)'

  • 김환기의 삶과 작업에서 영감을 받은 공간향

  • 서울옥션·산타마리아노벨라, 향이 손끝으로

  • 개츠비의 태양, 엠마의 우아함 등 서사에서 향 피어나

MMCA 과천 상설전《한국근현대미술 ll》 전시전경 김환기의 방
MMCA 과천 상설전 <한국근현대미술 ll>  전시전경 김환기의 방 [사진=국립현대미술관] 

그림이 향이, 향이 그림이 된다. 거장 김환기의 방에는 고향의 바람을 타고 온 향이 머물고, 멀리 이탈리아의 향은 한국 작가들의 손끝에서 색과 선으로 살아난다.

5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상설전 <한국근현대미술 II>에는 김환기를 집중 조명하는 작가의 방 ‘푸른 여백, 마음의 풍경: 김환기(1913~1974)’가 마련됐다. 

이 방은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김환기의 작품 세계를 시기별로 조망한다. 초기작 <론도>(1938)를 비롯해 한국적 감수성을 담아낸 파리 시기(1956~1959) 대표작 <산월>(1958), 한국적 서정성과 여백의 미를 구현한 뉴욕 시기의 대표작 <새벽 #3>(1964~1965) 등이 방의 벽을 채운다.
 
김환기 〈새벽 3〉 19641965 캔버스에 유화 물감 1769×1096cm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김환기, 〈새벽 #3〉, 1964~1965, 캔버스에 유화 물감, 176.9×109.6cm,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이 방의 푸른 여백은 김환기의 삶과 작업에서 영감을 받은 공간향 NOTSTALGIA가 채운다. 관람객들은 시각을 넘어 후각으로도 김환기의 예술에 스며들며 새로운 차원의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 

수토메 아포테케리의 조향사 홍윤경은 ‘고향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주제 삼아, 김환기가 평생에 걸쳐 마음에 품고 아꼈던 애틋한 것들을 향으로 그렸다. 한국적인, 조선적인 아름다움을 사랑했던 김환기가 파리, 뉴욕 등 고향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느꼈을 향수를 향으로 표현했다. 홍윤경은 "무심코 그리움을 느낄 때가 있다. 무심코 불어오는 바람, 무심코 바라본 햇살 등이 과거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며 "그림움이란 무심코 찾아오는 거란 생각에 바람결을 타고 전해져 오는 냄새 혹은 바람결의 촉감 등이 김환기의 그림움을 자극했을 것이란 제 상상을 기반으로 향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향은 손끝에서 그림이 됐다. 서울옥션이 지난 2월 이탈리아의 라이프스타일 뷰티 브랜드 산타마리아노벨라의 향수를 테마로 하는 ‘Medici Garden with 4 Artists’(이하 메디치 가든) 온라인 경매는 감각의 경계를 허물었다. 김선우, 김지아나, 정다운, 문형태 등 작가 4명이 산타마리아노벨라의 4가지 향을 저마다의 시각적 언어로 풀어낸 작품들이 경매에 출품됐다.
 
김선우 1988   The Protectors gouache on canvas 1623×1305cm100 2024
김선우, 1988 ~ , , gouache on canvas, 162.3×130.5cm(100), 2024

경매에 출품된 작품 14점 가운데 12점이 낙찰됐다. 문형태 작가의 <메리 고 라운드>(Merry-Go-Round)와 김선우 작가의  <더 프로텍터스>(The Protectors)는 각각 3600만원에 팔렸다. 김선우 작가의 <스타라이트 플라이트>(Starlight Flight)은 53회의 응찰을 기록하는 치열한 경쟁 끝에 3100만원에 낙찰됐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현대 사회에서도 변치 않는 예술의 가치와 이를 통한 정신적 치유를 관람자에게 선사하기 위해서 경매를 기획했다”며 “향과 예술의 결합을 통해 관람자에게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책의 여운은 향으로도 태어났다. 예스24는 문학을 향으로 재해석한 ‘예스24 문학 디퓨저 컬렉션’을 선보였다. 프랑스의 프리미엄 향기 브랜드 발쇼(BALCHAUD)와 협업해 문학의 감동과 여운을 향으로 재해석했다.
 
5가지 향은 5편의 이야기다. <엠마>의 주인공 엠마의 사랑스러운 에너지를 플로럴 계열 장미 향으로 표현한 ‘엠마의 우아함’, <위대한 개츠비> 속 황금빛 세계를 프루티 계열 오렌지 향으로 재해석한 ‘개츠비의 태양’, 시트러스 계열 오렌지 꽃 향에 ‘사랑의 화신’ 조르주 상드의 감수성을 담은 ‘오로르의 꿈’, <월든> 속 호숫가의 고요함을 우디 계열 사이프러스 향으로 나타낸 ‘월든의 숲’, 긴 여정을 끝낸 <오디세이아> 속 오디세우스의 안도감을 우디 계열 바닐라 향으로 경험하는 ‘오디세우스의 귀환’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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