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스프레이 낙서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던 경복궁이 또다시 낙서로 얼룩지며 국가유산 관리 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오전 8시 10분께 경복궁의 상징인 광화문 석축에 검은 매직으로 낙서하던 김모(79) 씨가 현장에서 붙잡혔다.
광화문 인근을 순찰하던 경복궁 관리소 소속 근무자가 낙서 현장을 발견하고 즉시 경찰에 신고했으며 출동한 경찰에 의해 김 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김 씨는 광화문 좌측과 중앙 홍예문 사이 돌에 '국민과 세계인에 드리는 글'이라는 문구를 적은 뒤 그 아래 '트럼프 대통령'을 쓰던 중 적발됐다. 낙서의 크기는 가로 약 1.7m, 세로 0.3m에 달했으며 일부 글자는 석재 표면으로 스며든 상태였다.
국가유산청은 낙서 발생 직후 광화문 앞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복구 작업에 착수했다. 국립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 소속 전문가 5~6명이 투입됐고, 약품으로 제거되지 않자 오후 2시경 레이저 기기까지 동원되어 낙서는 약 7시간 만에 제거됐다.
외부 장비 대여 비용 등 상당한 복구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오후 1시 예정이었던 광화문 파수 의식은 취소되었고, 수문장 교대 의식은 약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낙서 사건은 경복궁이 1년 8개월여 만에 또다시 훼손된 사례다. 앞서 2023년 말에는 10대 청소년들이 30대 남성의 사주를 받아 경복궁 영추문 등에 스프레이 낙서를 남겨 큰 사회적 공분을 샀다. 당시 낙서 제거에만 약 1억 3100만원의 비용이 들었으며 낙서 사주범과 10대 낙서범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낙서 사건 이후 야간 순찰 확대, 외곽 담장 CCTV 증설 등 대책을 내놨으나 이번 광화문 낙서 사건을 막지 못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근무자가 현장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즉각 조치했다"며 "우리 문화유산을 훼손하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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