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테마'에 줄줄이 탑승하는 상장사들… 요동치는 주가 속 불안감도 확산

  • 게임·바이오·의약품 관련 상장사들

  • 본업 무관한 블록체인 사업 등 추가

  • 유증·CB로 잦은 자금조달도 우려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최근 주주총회를 통해 블록체인·가상자산 사업 진출을 선언하는 상장사들이 늘고 있다. 게임, 바이오, 의약품 등 주력 업종과 무관한 기업들이 코인 테마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주가도 출렁이는 모양새다. 시장에선 실체 없는 ‘테마 장세’에 대한 경고음도 동시에 커지는 분위기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게임 개발사 썸에이지는 지난 5일 임시주총에서 정기홍 네시삼십삼분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하고, 정관에 AI·블록체인·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대거 추가했다. 변경된 사업목적에는 △AI 기반 디지털콘텐츠 제작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 △가상자산 매매·중개 △토큰 발행 및 증권형 토큰(STO) 사업 △가상화폐 투자업 등이 포함됐다. 이 발표 직후 썸에이지 주가는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간 게임 개발에 주력했던 회사가 코인 사업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약 개발 바이오기업 브릿지바이오도 '코인 테마'에 올라탄 곳이다. 이 회사는 미국 암호화폐 투자사 파라택시스(Parataxis)에 경영권을 넘기며 사명을 ‘파라택시스 코리아’로 변경했다. 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비트코인 트레저리 플랫폼’으로 변신을 선언했다. 비트코인 트레저리 플랫폼이란 기업이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보유하고, 투자 및 운용하는 시스템을 가리킨다. 미국의 마이크로 스트래티지가 이런 사업모델을 도입한 대표 기업이다. 다만 브릿지바이오는 핵심 파이프라인인 BBT-877의 임상 2상 실패로 관리종목에 지정됐던 상황에서 경영권 교체가 있었다. 업계에서도 무리한 사업 전환과 자금조달 구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의약품 유통업체 AP헬스케어도 오는 22일 임시주총에서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관련 사업과 투자업을 정관에 추가하고 사명을 ‘앱토크롬’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이 소식에 주가는 이틀 연속 강세를 보였다. 다만 회사는 그간 의약품 판매·유통 외에 가상자산 사업과의 접점이 없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코인 테마는 주가를 단기간 끌어올리는 데 강력한 소재”라면서도 “실체 없는 (사업 진출) 선언만으로는 장기 성장성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일부 기업은 잦은 대표이사·대주주 변경, CB·유증 등 잦은 자금조달, 기존 사업 부진이라는 공통적인 경영 리스크를 안고 있다”며 “투자자 피해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국내 비트코인 트레저리 선도 사례로 꼽히는 비트맥스도 코인 테마로 주목 받은 기업이다. 이 회사는 CB 발행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비트코인을 매입하고 있지만, 연간 이자비용(45억원)이 시세차익(27억원)을 훨씬 웃돈다. 
 
잇단 코인 테마주 등장에 금융당국은 가상자산법에 따라 거래소를 통해 이상거래 상시 감시를 강화하고, 주식·가상자산시장을 넘나드는 불공정거래 수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산운용사들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써클’ 종목의 ETF 편입 축소를 권고하며 시장 과열 차단에도 힘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실질 사업 역량과 재무건전성이 뒷받침되지 않고, 단기 주가 부양만을 노린 ‘코인 테마 탑승’이 투자자에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과 감시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투자자 스스로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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