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DOE)는 최근 반도체와 전기차 등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의 채굴·가공·제조 기술 강화를 위해 1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희토류 공급망 강화를 위한 실증시설 구축과, 갈륨·게르마늄·탄화규소의 정제 및 합금화 등 희토류 자석 공급망 확충에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중국의 핵심광물 무기화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실제 양국의 1·2차 무역협상에 이어 최근 진행된 3차 협상에서도 희토류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일 중국과의 무역전쟁 휴전 기간을 90일 추가 연장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채굴의 약 60%, 가공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공급망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희토류는 반도체, 전기차, 군수산업 등 첨단산업 전반에 필수적인 만큼 중국이 수출을 제한하면 글로벌 시장은 흔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러한 위험은 갈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광해광업공단의 수급동향지표에 따르면 구리·몰디브덴·주석은 '관심' 단계, 텅스텐·갈륨·안티모니·인듐은 '주의' 단계로 분류됐다. 특히 전자·전기 산업의 필수 소재인 구리의 경우 가격이 점차 오르면서 공급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에 국제 사회는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국가안보와 인권·환경 등 이유로 특정국 생산 광물 사용을 제한하고, 주요 7개국(G7) 회원국들은 지난달 핵심광물 공급 다변화를 위한 '쿼드(Quad)'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다.
반면 한국은 사용하는 광물의 9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여기에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의 성장과 글로벌 수요 증가로 핵심광물 수요도 함께 늘어나면서 향후 공급망 불안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이 같은 리스크는 2023년에도 현실화된 바 있다. 당시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중국이 희토류 등 광물의 수출을 제한하자 글로벌 공급망이 크게 흔들렸고 미국은 즉각 투자 제한으로 맞대응했다. 이번 주 미국이 예고한 반도체 관세 부과도 단순한 관세전이 아니라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압박하려는 전략적 조치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단순 확보를 넘어 장기적 전략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미·중 관계가 극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갈등 관계는 이어갈 수밖에 없다"며 "한국은 핵심광물 확보를 넘어 패권 경쟁 구도에서 어떤 전략을 취할지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 산업 지속가능성을 위한 정부의 핵심 광물 확보 전략도 필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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