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빈슨 교수는 이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에서 경제사 분야 대가인 네이선 넌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와 경제 발전의 역사와 관련해 대담했다.
지난해 대런 아세모글루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 사이먼 존슨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와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로빈슨 교수는 역사적 사례를 통해 경제와 정치 간의 관계를 탐구하며, 국가 발전과 불평등 문제에 대한 통찰력을 제시해왔다.
특히 아세모글루 교수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공동 저술했으며 이 책에서 포용적 제도를 국가 번영을 이끄는 핵심으로 꼽았다. 포용적 제도란 더 많은 사람을 경제활동에 참여시키는 체제를 말한다. 특정 권력 집단이 이익을 독점하는 착취적 제도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이어 "한국 대기업 창업주의 전기를 읽었는데 그는 집안이 매우 가난한 쌀 농사꾼이었지만 교육을 받고 서울로 올라와 엄청난 사회적 이동을 이뤄냈다"며 "한국이 근본적으로 포용적이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로빈슨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시기 한국은 정치적으로 착취적이었지만 경제적으로는 포용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포용적 제도를 갖춘 후 집요하게 경제발전에 매진하는 지도자를 얻으면서 성장이 가속화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경제적 포용만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궁극적으로 포용적 정치제도도 필요하다"며 "제도에 대한 사회 전체의 문화적 헌신과 합의가 없다면 제도가 유지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로빈슨 교수는 향후 아프리카 나이지리아가 경제 성장을 이룰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프리카와 동아시아 문화 사이엔 가족과 조상을 중시하는 점, 공동체적 성격 등 유사점이 꽤 있다"며 "2100년이 되면 전 세계 인구의 40%가 아프리카에 살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인류의 미래는 아프리카와 함께 갈 수밖에 없다"면서 "중국이 1978년에 개혁을 시작했을 때처럼 엄청난 에너지와 기업가 정신이 가득한 나이지리아도 추진력을 얻고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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