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 당국자들이 우크라이나 안전보장과 관련해 미국은 최소한의 역할만 담당할 것이고, 가장 큰 몫은 유럽이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미국은 지난 4월 우크라이나와 광물 협정을 체결하는 등 우크라이나 이권 사업에 있어 상당한 우선권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안전보장과 관련해서는 유럽에 상당 부분을 전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0일(현지시간) 복수의 미·유럽 관계자들을 인용해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 영국·프랑스·독일·핀란드 군 최고지휘관들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평화 협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미국이 제공할 병력과 공군 자산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미국은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에 최소한의 역할만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콜비 차관은 앞서 미군 군수품 비축량 검토를 통해 지난 7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일시 중단하도록 주도한 바 있다. 그는 또한 유럽이 러시아에 맞서 유럽 대륙을 스스로 방어하기 위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꾸준히 강조해 왔다.
폴리티코는 “콜비 차관이 이번 논의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유럽이 미국의 안보 지원을 확보하는 과정이 한층 더 어려워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한 나토 외교관은 “현실적으로 이 일을 현장에서 만들어내는 주체는 유럽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미국은 어떤 것에도 전적으로 헌신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에 미군 파병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하루 만에 입장을 선회해 유럽군 파병을 전제로 한 미군의 공중 지원 가능성만 열어두었다. 이와 관련해 한 유럽 관계자는 “결국 다시 봄에 논의됐던 ‘의지 있는 자들의 연합’ 수준으로 회귀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윌슨 미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콜비 차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헤그세스 장관의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관련 지침을 전달하기 위해 회의에 참석했다”며 “콜비 차관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논의에 반영되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JD 밴스 부통령도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에 대해 “우리가 그 부담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는 전쟁과 살육을 끝내는 데 필요하다면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어떤 형태가 되건 간에 유럽이 부담의 ‘가장 큰 몫’(lion's share)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며 “이는 그들의 대륙이고 그들의 안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제공과 관련한) 대화에 열려 있지만 우선 전쟁을 중단시키는 데 무엇이 필수적인지를 파악할 때까지 약속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와중에 마르크 뤼테 나토 사무총장은 브뤼셀에서 32개 회원국을 상대로 이번 논의 결과를 공유하며 안전보장 방안에 대한 본격적인 협의를 시작했다. 주세페 카보 드라곤에 나토 군사위원장은 이날 오후 나토 국방총장 화상회의가 끝난 뒤 소셜미디어(SNS) 엑스(옛 트위터)에 “훌륭하며 솔직한 논의를 했다”며 “우크라이나 관련, 우리는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는 나토 32개 회원국 국방총장이 화상으로 참여한 이날 회의에는 미군 장성인 알렉서스 그린케위치 나토 유럽동맹 최고사령관(SACEUR)도 참여했다.
한편 미국은 지난 4월 30일 우크라이나와 자원 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미국은 우크라이나 광물 개발에 우선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고, 우크라이나는 향후 개발할 희토류 등 광물자원 및 관련 인프라 수익의 50%를 양국이 공동으로 설립한 기금에 출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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