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의 한입유통] 식음료 시장 흔드는 '디깅 소비'…MZ 취향이 흥행 만든다

  • 말차에몽·체스터쿵·얼박사, SNS에서 시작해 신제품 흥행으로

남양유업 말차에몽 사진남양유업
남양유업 '말차에몽' [사진=남양유업]

좋아하는 것을 깊이 파고드는 '디깅(digging) 소비'가 식음료 업계의 신제품 전략을 바꾸고 있다. 단순한 기호 만족을 넘어, 자신만의 취향을 중심으로 브랜드와 제품에 몰입하는 MZ세대의 소비 성향이 새로운 흥행 공식을 만들고 있다.

남양유업의 '말차에몽'은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전 세계적으로 말차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는 가운데, 남양유업은 자사 대표 브랜드 '초코에몽'에 말차 콘셉트를 결합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제품 출시 소식이 전해지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말차 디깅 소비자의 관심이 빠르게 확산됐고, 지난 4일부터 10일 사이 관련 콘텐츠가 블로그, 인스타그램, 카페, 트위터를 중심으로 급증했다. 그 결과 제품은 출시 하루 만에 1차 물량이 완판된 데 이어, 2차·3차 물량도 빠르게 소진됐다.
 
롯데웰푸드 체스터쿵 사진롯데웰푸드
롯데웰푸드 '체스터쿵' [사진=롯데웰푸드]

소비자의 요청으로 단종 제품이 부활한 사례도 있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5월, 1990년대 출시됐던 과자 '체스터쿵 딸기맛'을 약 30년 만에 재출시했다. 수년간 온라인상에서 회자된 이 제품은 최근 2년간 롯데웰푸드 공식 채널을 통해 200건 이상의 재출시 요청이 접수되면서 다시 시장에 나왔다. 새롭게 선보인 체스터쿵은 과거의 발바닥 모양 옥수수 과자 형태는 유지하되, 딸기맛을 강화해 복고 감성과 기호성을 동시에 겨냥했다.

소비자 창작 레시피를 정식 제품으로 구현한 사례도 있다. 동아제약과 GS25는 SNS에서 유행한 '얼음+박카스+사이다' 조합을 그대로 반영한 음료 '얼박사'를 지난 6월 출시했다.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이 100만 캔을 돌파했으며, 7월 말 폭염 기간에는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6배 이상 증가했다. 유통사와 제조사가 소비자의 디깅형 콘텐츠를 정식 제품으로 구현하고 다시 시장 반응을 끌어낸 모범사례다.
 
동아제약 얼박사 사진동아제약
동아제약 '얼박사' [사진=동아제약]

업계는 디깅 소비가 단발적 유행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출시 전 콘텐츠 확산, 단종 제품에 대한 재출시 요구, SNS 기반 레시피 구현까지 소비자가 무엇을 파고드는지 빠르게 포착하고, 이를 제품 기획에 정교하게 반영하는 역량이 시장 성패를 가를 열쇠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디깅 소비는 개인의 취향을 넘어 집단적 몰입과 참여로 이어진다"며 "소비자가 무엇을, 어디까지 파고드는지를 빠르게 캐치하고 제품에 반영하는 민첩성이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