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새 틀 짠다] 싱가포르식? LH 개혁, 직접 개발 중심으로 전환 예고··· 재원마련은 과제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국토교통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개혁위원회를 출범하고 본격적인 개혁 논의에 나선 가운데 업계에서는 LH가 민간에 택지를 매각하는 대신 직접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물량을 확대하는 개혁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택지를 LH가 보유하고 민간에 임대하는 방식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두 방안 모두 이 대통령이 강조한 공공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사업 구조다. 다만 LH의 역할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누적된 적자와 재원 마련 등 해결 과제도 여전해 '균형 잡힌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날 이상경 1차관과 임재만 세종대 교수를 공동위원장으로 한 LH 개혁위원회를 출범하고 본격적인 개혁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개혁위의 핵심 과제는 LH 사업방식 개편과 LH 기능 및 역할 재정립이다.

LH의 교차보전 사업 구조가 그간 안팎에서 꾸준히 문제로 지적을 받아온 만큼 이를 구조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교차보전은 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해 얻는 수익을 통해 공공임대주택 등 주거복지 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메우는 구조를 말한다.

LH가 수익을 내려면 택지를 비싸게 팔아야 하는데 땅값을 비싸게 팔면 집값을 상승시키는 원인이 된다. 이로 인해 LH가 교차보전 사업구조를 통해 시장 불안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업계에서는 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역할을 줄이고 직접 ‘플레이어’로 나서 공공주택 물량을 확대하거나 토지를 매각하지 않고 임대하는 방식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목받는 사례는 싱가포르다.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과 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싱가포르식 공공개발 모델을 언급한 바 있다. 

싱가포르 공영개발 방식은 공공이 토지 취득, 개발, 건설, 분양까지 개발 전 과정을 책임지는 구조다. 싱가포르 토지청(SLA)은 국가 소유 토지를 개발해 주택개발청(HDB)이 시장 가격으로 이 택지를 취득한다. 싱가포르는 토지 국유화로 국토의 약 90%가 국가 소유다. HDB는 택지 개발 이후 주택 건설과 분양까지 모두 담당한다. 민간 건설업체는 HDB가 개발하는 주택의 시공사로만 참여한다. 

이러한 싱가포르식 모델은 주택은 개인이 소유하지만 토지 소유권이 국가에 있어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민간 분양 중심인 공급 방식에서 벗어나 투기 억제와 공공성 강화를 꾀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최대 난관은 재정이다. 공공이 택지부터 주택 공급까지 담당하게 되면 구조적으로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해 HDB 손실에 대해 7조4000억원을 지원했다.

문제는 이미 LH가 160조원 넘는 부채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대규모 택지조성 사업은 특성상 시간과 비용이 대거 투입되는데 매각 비용이 없어지면 LH가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다. 

LH 토지주택연구원은 지난해 내놓은 'LH 개발이익 발생구조와 교차보전 체계의 성과와 한계' 보고서에서 "최근 교차보전 체계의 지속 가능성은 한계에 도달했다"며 "수익구조 변화, 투자·회수의 불균형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과 정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싱가포르와 다른 국내 실정도 싱가포르 모델을 전면적으로 도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제주도 절반 면적에 불과한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는 강력한 토지 수용 정책을 펼쳐 토지 90%가량이 국유지지만 한국은 국유지 비율이 25% 수준에 그친다. 또 싱가포르가 공급하는 주택은 매년 2만가구 수준인 데 비해 LH 공공분양·임대 규모는 10만가구에 달한다. 

LH 사업 구조를 공영개발 방식으로 전환하게 되면 LH 인력·실행 능력 부족 등으로 주택 공급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LH의 주택 사업 인력은 올해 963명으로 토지사업 인력(2019명) 대비 절반 수준이며 10만가구를 직접 개발한다고 할 때 향후 3000명 정도 추가 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싱가포르는 1965년 독립 이후 강력한 중앙집권을 토대로 토지 대부분을 국유화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방식”이라며 “LH가 싱가포르 모델처럼 직접 개발과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 지원과 토지 개발 없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구조를 우선 구축하는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