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금리 인하 폭과 이후 통화정책 경로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FOMC 회의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연준 이사 7명과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5명을 합쳐 12명이 참여한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는 인사 변수가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을 이유로 해임을 발표한 리사 쿡 연준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 조치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법원이 심리를 열었지만 오는 16~17일 회의 참석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쿡 이사의 해임이 확정되더라도 이달 회의까지 후임 지명자의 인준 절차가 마무리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따라서 쿡 이사를 제외할 경우, 이번 회의에 참여할 연준 이사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명한 3명과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3명으로 나뉜다.
트럼프 1기 때 임명된 미셸 보먼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금리 인하를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들은 7월에도 금리 인하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스티븐 마이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후임 이사 후보로 지명돼 4일 인준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인준이 신속히 이뤄질 경우 이달 회의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마이런 후보자는 임기를 6개월 앞두고 사임한 아드라아나 쿠글러 전 연준 이사의 후임으로 지명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22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정책이 긴축적인 영역에 있는 상황에서 기본 전망과 변화하는 위험의 균형은 우리가 정책 기조를 조정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시장 기대도 이를 뒷받침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이달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25bp(1bp=0.01%포인트) 인하될 확률을 87.4%로 반영하고 있다. 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12.6%에 그쳤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 이후 연준 내 이견 표출이 잦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매튜 루체티 도이체방크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FOMC 회의에서) 다수 의견에 반대하는 의견이 꽤 정기적으로 나오더라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WSJ도 이견 표출이 금리 경로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파월 의장이 취임한 이후 연준 이사들은 661차례의 정책 표결을 했고, 그중 반대는 단 18차례에 불과했다.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 ISJ 부회장은 “파월 의장은 다가오는 회의들에서 연준을 둘러싼 압박과 논란을 가능한 한 차단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파월 의장의 후임 후보군에 오른 인사들이 언론에서 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발언 경쟁을 벌이는 점도 불확실성을 증폭한다고 WSJ 짚었다.
향후 금리 결정의 핵심 변수는 노동시장이다. 연준은 오는 4일 발표되는 8월 비농업 고용지표를 통해 금리 인하 결정의 마지막 근거를 확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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