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십 개의 노래, 수십 개의 작품이 탄생한다. 음악·드라마·영화 등이 수없이 많은 매체를 통해 소개되고 있지만 대중에게 전해지는 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노래를 부르고, 연기한 아티스트도 마찬가지. 뛰어난 역량에도 평가 절하되거나, 대중에게 소개되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아티스트 돋보기>는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그들의 성장을 들여다보는 코너다. 아티스트에게 애정을 가득 담아낸 찬가이기도 하다. <편집자 주>
그룹 몬스타엑스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몬스타엑스의 음악은 마치 콜라주 같다. 가까이선 감정의 파편들이 생생하게 튀어오르고, 멀리선 그 조각들이 하나의 구조로 엮인다. 그 거리의 차이는 곧 감각의 층위를 만들어낸다. 강렬함과 절제, 집단성과 개별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이들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장르를 구축해왔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 올린 10년의 궤적은 지금, 하나의 축으로 응집된다. 10주년 앨범 '더 엑스(THE X)'를 통해서다.
'더 엑스'는 과거의 연대기를 정리하는 기록물이라기보다, 확장 가능한 문법의 선언이다. 지난 10년은 이들을 '완성'시키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앞으로의 서사를 밀어 올리는 동력이었다. 다시 말해 '더 엑스'는 지금 이 시점의 몬스타엑스가 어떤 상태에 도달해 있는지를 정밀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현재형 설계도다.
그 설계도는 여섯 멤버의 고유한 시간과 팀으로서 함께 쌓아온 호흡 위에 구축되었다. 이 설계도를 구성하는 여섯 멤버는 각기 하나의 챕터였고, 동시에 함께 서사를 직조한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아이엠은 '듀얼리티(Duality)', '오버드라이브(Overdrive)' '오프 더 비트(Off the Beat)' 등 솔로 작업을 통해 자신만의 언어로 내면을 탐색하며 팀의 서사에 고유한 깊이를 더해왔다. 기현은 '보이저(Voyager)' '유스(Youth)'로 섬세한 감정선을 입체화하며 보컬리스트로서 자신만의 깊이를 선명히 그려왔고, 주헌은 '더 라이트(The Light)'와 수많은 자작곡으로 팀의 사운드 지형을 개척하며 음악적 세계관의 경계를 넓혀왔다. 형원은 '멀시(Mercy)' '와일드파이어(Wildfire)' '러브 미 어 리틀(Love Me a Little)' 등에서 드러나는 고통과 성찰의 결을 통해 깊은 내면의 진동을 음악화해냈고, 셔누는 무대 위에서 감정의 흐름을 절제된 몸짓으로 표현하며 팀의 퍼포먼스를 서사화해왔다. 민혁은 음악을 넘어 미술과 전시 등 다양한 예술 영역으로 확장하며, 팀의 색채를 가장 유연하게 가로지르는 존재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룹 몬스타엑스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이처럼 각자의 영역에서 정체성을 분명히 해온 시간은 서로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만들었다. 개인의 개성이 분화될수록 팀은 오히려 더 정밀하게 조화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서로의 숨결을 가장 먼저 감지하는 크리에이터이자, 누구보다 정교하게 팀을 설계해온 동료다. 작사·작곡·프로듀싱을 담당하는 멤버들은 서로의 목소리와 캐릭터, 감정의 온도를 정확히 읽어낸다. 단순히 좋은 곡을 만드는 것을 넘어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감싸주는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왔다. 이 신뢰는 팀의 음악이 상생하며 끊김 없이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 유기성은 퍼포먼스와 정체성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데뷔곡 '무단침입'을 시작으로 '드라마라마(DRAMARAMA)' '팔로우(Follow)', '갬블러(GAMBLER)' '러브 킬라(Love Killa)' '뷰티풀 라이어(Beautiful Liar)'에 이르기까지 몬스타엑스는 퍼포먼스와 정체성의 일관된 조율을 통해 자신들만의 궤도를 개척해왔다. 특히 7년 차 이후에도 흔들림 없이 커리어 하이를 이어오며 이들이 쌓아올린 '연속성'은 독보적인 무게를 가진다.
그리고 지난 9월 1일 발매된 '더 엑스'는 이들이 걸어온 궤적 위에 새롭게 덧입힌 하나의 진화다. 익숙한 색채 위에 새로운 질감을 더한 이번 앨범은 멤버들의 목소리와 감정, 그리고 팀으로서 함께 만들어온 장면들을 정교하게 응축한다. 그 중심에는 타이틀곡 '엔 더 프론트(N the Front)'가 강력한 첫 장면처럼 자리한다. 후퇴 없는 정면 돌파의 선언이자 다음 페이지를 향한 다짐처럼 들린다.
몬스타엑스는 여전히 "틀을 깨고 정면으로 부딪히는"('엔 더 프론트') 자세를 견지하며 관록이 만든 "여유의 강함"('두 왓 아이 원트')을 드러낸다. 또한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포용하는"('파이어 앤 아이스') 모습에서는 감정 어휘의 깊이와 유연함이 얼마나 단단해졌는지를 보여준다. 지금껏 축적해온 감정과 언어, 감각은 '더 엑스'를 통해 다시 한 번 정교하게 구조화되었고 몬스타엑스는 자신들만의 공식을 끊임없이 갱신하며 '10년의 힘'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그렇기에 '더 엑스'는 단순한 기념작이 아니다. 이는 자신들이 직접 만든 문법을 스스로 확장하고, 다시 읽어내는 작업이다. 강렬한 퍼포먼스와 묵직한 메시지로 정의되던 몬스타엑스는 이제 그 정체성을 더 정제되고 섬세한 감도로 풀어낸다. 여섯 멤버가 함께 쌓아올린 신뢰, 감각, 그리고 시간은 음악과 취향, 관계와 언어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며 하나의 팀을 넘어선 공동체로, 그리고 음악 너머의 세계관으로 확장되었다.
10주년 앨범 '더 엑스' 발매한 그룹 몬스타엑스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몬스타엑스의 10년은 각자의 챕터가 모여 완성된 하나의 서사이며, 동시에 지금도 이어지는 열린 이야기다. 이제 이들을 '아이돌'이라는 단어 하나로 설명하는 것은 더 이상 부족하다. 몬스타엑스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동적 존재'이며, 그 세계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진화하고 있다.
그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쓴다. 가장 몬스타엑스다운 방식으로. 완성의 끝이 아닌 가능성의 문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