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과 중국, 러시아 정상이 3일 중국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탈냉전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일본 언론들은 다자 무대에 첫 데뷔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관심을 쏟으며 의도와 전망에 대해 집중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기념 촬영 및 열병식 참관 등 이날 행사 내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하며 친밀감을 나타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자주 회담하는 중·러 정상보다 이번에는 6년 만에 방중한 김 위원장이 20개국 이상 정상이 모인 해외 무대에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 역시 “김 위원장이 이처럼 많은 정상이 모이는 국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처음”이라면서 다자 외교 무대 참석을 꺼려온 김 위원장이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경색됐던 중국과 관계를 양호한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북한이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는 10월 10일을 앞두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 지원을 받고자 하는 의도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단될 경우 러시아와의 관계 약화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중국과의 거리를 좁히고자 하는 속내가 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는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대화를 염두에 둔 김 위원장이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경우 “미국과 대등하게 논쟁하려면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의 후원도 있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사히신문도 여러 나라 정상들이 참석하는 행사에 김 위원장이 참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아사히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북한으로부터 탄약 공급과 파병 등의 지원을 받으며 ‘군사 동맹화’를 진행 중”이며, “북·중 관계가 개선되고 북한이 중국의 지원을 받아 경제가 안정되면 러시아에도 큰 이익이 된다”고 해설했다. 또한 “코로나 사태 이후 북한과의 관계가 소원했던 중국도 북중 관계를 재건하는 이점이 적지 않다”면서 “중국으로서는 북한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로서 국제사회에서의 지위를 유지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날 열병식에서 김 위원장과 시 주석, 푸틴 대통령이 처음으로 함께 모습을 드러냈지만 북한을 둘러싼 중국과 러시아의 속내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아사히는 중국의 경우 북한과의 거리 좁히기에 있어 신중한 판단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문은 “중국이 북한과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북한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를 묵인한다고 비판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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