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압박의 그늘] 교육세 인상에 보이스피싱 책임까지…올해 청구서 벌써 5조↑

  • 교육세·보이스피싱·배드뱅크 등 연내 부담해야

  • 전세사기 배드뱅크·국민성장펀드 지원도 대기

  • 바젤Ⅲ 대응 해야되는데…자본 확충 여력 제한

4대 금융지주·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본사 전경 사진각 사
4대 금융지주·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본사 전경 [사진=각 사]

정부의 각종 정책 공세와 소비자 보호 강화 조치가 이어지면서 금융사가 떠안아야 할 부담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단순한 상생금융에 그치지 않고 경제·사회적 문제 해결에까지 금융권을 동원시켜 사실상 정부 재정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정이 예고한 금융사 부담액이 5조원을 넘어섰다. 세부적으로 △교육세 인상분 1조원 △보이스피싱 배상 피해액 1조원 △배드뱅크 출자 4000억원 △가산금리 산출 시 법정 비용 제외 3조원 등 총 5조4000억원가량이다.

이 중에서도 금융권의 불만이 가장 큰 부분은 교육세 인상이다. 현행 교육세법은 금융사 수익금액의 0.5%를 교육세로 부과하지만 개정안은 수익 금액 1조원 초과분에 대해 세율을 1.0%로 올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교육재정 혜택과 무관한 금융사에 간접세 성격의 교육세를, 그것도 누진세 구조로 부과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은 가산금리 산정 방식 변경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치권이 추진 중인 개정안은 은행이 대출 가산금리를 산정할 때 각종 보험료와 출연료를 넣을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인데 업계에서는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부담은 더 크다. 정부가 추진하는 전세사기 피해자 배드뱅크에는 금융권이 1조원을 출연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첨단·혁신산업 육성을 위해 추진하는 150조원 규모의 민관합동펀드인 국민성장펀드에도 향후 5년간 20조~30조원을 출자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은행들의 자본 여력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이다. 은행권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강화되는 바젤Ⅲ에 대응하기 위해 최소 12조원 이상 추가 자기자본 확충이 필요하다. 각종 정책 비용으로 이익이 줄어들면 자본 확충 여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정책 부담과 규제 강화가 동시에 몰리면 은행 건전성 지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우려는 시장에서 먼저 반응하고 있다. 주요 금융그룹 주가는 8월 들어 하락세를 나타냈고 은행 지수인 KRX은행은 8월 한 달간 3.2% 빠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8%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은행주 하락세가 두드러진 모습이다. 밸류업 프로그램과 이재명 정부의 '코스피 5000' 공약에 따른 수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 정책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인식이 주가 상승 동력을 약화시켰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사회적 비용을 '주인 없는' 금융사를 통해 충당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되면 장기적으로는 금융시장 안정성과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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