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구금 사태] ESTA·B1 '회색 지대' 더는 없어...LG엔솔 이어 삼성·한화 등도 위험

  • LG엔솔 직원들 CEO에 대책 마련 요구

  • 입국심사 통과 교육 아쉬움 지적

  • 해외 순환 파견하며 6개월 만에 미국 재입국 사례도

  • 한국 기업 봐주던 '그레이존'...기업들 대책 마련 고심

미국 이민단속 구금 사태 대응 위해 출국하는 LG엔솔 인사최고책임자
    영종도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미 이민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공장에서 벌인 불법체류자 단속에서 300명이 넘는 한국인이 구금된 가운데 7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LG에너지솔루션 김기수 인사최고책임자가 현장 대응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7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김기수 LG에너지솔루션 인사최고책임자가 현장 대응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미국 내 LG에너지솔루션·현대자동차 합작 배터리공장(HL-GA 배터리회사)에서 일하던 한국인들이 대규모로 구금됐다 풀려난 배경에는 취업 비자 발급 어려움에도 미국 내 사업을 지속해야 하는 한국 기업의 딜레마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김동명 대표에게 직접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회사가 공장 구축을 서두르면서 이번 이슈가 일어났다.

7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은 지난 2분기 대표와 소통하는 채널인 엔톡을 통해 미국 파견 직원들이 입국 심사를 거부당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올 2분기부터 30~50대 한국인 남성이 조지아·오하이오주를 방문할 때 입국중점심사(세컨더리 룸)를 받거나 입국 거부되는 상황이 빈번해졌다. 조지아·오하이오주는 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 소재로, 이때부터 미국 내 공장을 표적으로 한 현지 당국의 압박이 강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고객사 납기 일정 준수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한 LG에너지솔루션 직원은 "회사는 ESTA·B1~2 비자를 활용한 출장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입국심사를 통과하기 위한 인터뷰 방법 교육 등에만 치중했다"고 지적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한국인 엔지니어를 미국 공장에 파견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지 제조업 붕괴로 인해 배터리 생산 공정을 구축하거나 공장 유지·보수를 위한 기술·노하우를 갖춘 인력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법인 취업을 위한 H-1B, E2 비자 발급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또 회사 측은 중국 CATL 등과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시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한국 배터리 전문가들을 미국→캐나다→헝가리→미국 공장 순으로 순환 파견하는 전략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ESTA로 미국에 단기 입국했던 인력이 반년 만에 ESTA 또는 B1~2 비자로 재입국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문제는 LG에너지솔루션 외에 LG전자, LG CNS 등 LG 계열사와 삼성전자, 삼성SDS 등 삼성 계열사에 한화솔루션 등 한화 계열사까지 ESTA와 B1~2 비자를 활용해 미국 내 사업장 지원을 하는 게 관례화돼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은 한국 기업 투자의 대가로 해당 사안을 적당히 허용하는 회색 지대가 형성돼 있었지만 이번 한국인 구금 사태로 이마저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장을 보낸 측면이 있다. 한국 기업의 미국 내 사업장 지원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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