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전승절 이어 브릭스서 '반서방' 세몰이...인도 모디는 불참

美겨냥 "관세전쟁, 무역규칙 훼손"

모디 총리는 불참...미국 의식한 듯

브라질도 대미공격 수위 낮춰

"브릭스 공동대응 쉽지 않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화상으로 진행된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중국 외교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흥국 협력체인 브릭스(BRICS) 국가 정상들과 만나 미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중국은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와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잇달아 개최하며 전 세계를 향해 반미 연대를 과시한 가운데, 미국과 패권전쟁에서 자신감을 얻은 시 주석이 브릭스 국가들 대상으로 도 반서방 세몰이에 나선 것이다. 

8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해 “세계에 패권주의, 일방주의, 보호주의가 만연하고 있다”며 “일부 국가는 무역과 관세 전쟁을 잇달아 일으키며 세계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국제 무역 규칙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각국과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브릭스 국가들이 협력해 미국에 함께 맞서 싸워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브릭스 국가들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의 최전선에서 개방포용협력상생의 브릭스 정신을 발양하고 다자주의와 다자 무역 체제를 함께 수호해야 한다”며 “대브릭스협력을 추진하고 인류 운명 공동체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올해 의장국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주최로 열렸으며 푸틴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비롯해 이집트·인도네시아·이란·아랍에미리트(UAE)·인도·에티오피아 등 주요 회원국 정상 또는 대표가 참석했다.

중국 외교부는 회의에 참석한 정상들 역시 “일방주의와 괴롭힘 행위가 국제 질서에 충격을 주고 있으며 국제법과 국제규칙이 위협받고, 무역이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는 도구가 되어 세계 평화와 발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브릭스 국가들은 단결과 협력을 강화해 위기와 도전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다만 브릭스 회원국 내에 무역적자, 기술 차이, 국경분쟁 등을 고려할 때 보호무역주의 반대 의제에 대한 브릭스의 공동 대응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경우 이번 회의에 외무장관을 대신 참석하게 하는 등 미국과 더 이상의 관계 악화는 막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인도는 미국으로부터 ‘50% 상호관세’라는 관세 폭탄을 맞으며 미국과 갈등을 이어가고 있지만, 앞서도 SCO에만 참석하고 열병식에는 참석하지 않는 등 미국을 의식해 중국과 밀착에 있어 수위 조절을 해왔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국제연구센터의 미하엘라 파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인도가 브릭스 정상회의에 모디 총리를 참석시키지 않음으로써 (대미 전략의) 재조정 공간을 확보했다"고 짚었다.

룰라 대통령도 미국을 의식해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 "1945년에 만들어진 (세계) 질서가 급속하고 무책임하게 해체되고 있다"는 말로 미국을 비판했다.

 

2016년 10월 16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도 고아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