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까진 운영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12월에 문을 닫는다는 내용증명(공문)을 받고 당황했죠. 일이 손에 안 잡혀 계획도 세우지 못한 상태예요."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가양점에서 만난 한 자영업자는 이달 초 폐점 통보를 받았다며 한숨 내쉬었다. 15년간 음식점을 운영해 왔다는 그는 "내년 상반기 순차 폐점 계획에 가양점이 포함돼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적어도 연말은 넘길 줄 알았다"며 "갑작스러운 통보로 준비할 시간도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12일 찾은 홈플러스 가양점은 상당히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푸드코트 내 한 국수 전문점은 입구에 ‘영업 종료’ 안내문을 붙인 채 주방 집기를 철거 중이었다. 평소 식재료를 보관하던 냉장고는 전원이 꺼진 상태였고, 한켠에는 ‘크리스마스 트리’라고 적힌 상자가 놓여 있었다. 12월 말까지 영업할 것으로 예상했던 점주가 준비한 물품으로 보였다.
인근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도 "(점포 내) 분위기가 많이 가라 앉았다. 12월 폐점 사실도 사전 공지가 없었다"며 말을 아꼈다.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가양점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점주가 이달 초 홈플러스로부터 받은 내용증명 [사진=홍승완 기자]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폐점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긴 이유는 막대한 임대료와 영업손실 때문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는 5개 점포(수원 원천·대구 동촌·부산 장림·울산 북구·인천 계산)를 오는 11월 16일 폐점하고, 가양점과 시흥점 등 10개 점포를 연내 폐점할 예정이다. 해당 15개 점포에서만 연간 임대료 부담이 700억원, 영업손실은 800억원에 이른다.
그렇다 보니 홈플러스는 비용 절감을 위해 자정까지 운영하던 영업시간을 오후 10시로 앞당긴 상태다. 또 법원에 제출하는 회생계획안 기한도 당초 이달 10일에서 11월 10일까지 두 달 연장했다.
홈플러스 사태에 대해 당장의 비용 절감도 중요하지만, 남은 점포 관리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홈플러스가 일부 점포를 유지하기로 한 이상 소비자 경험 관리가 핵심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며 "매장 내 활기나 신선도가 떨어진다면 남은 점포도 고객 발길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형마트는 매장 분위기, 상품 신선도 등 기본적인 관리가 곧 신뢰와 직결된다"며 "이런 부분이 제대로 유지돼야 잠재 인수자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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