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당국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매체가 유럽연합(EU)을 향해 "미국의 이익을 맹목적으로 우선시한다면, 외교·안보 정책의 독립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EU에 최대 100%의 대(對)중국 관세 부과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에 응하지 말 것을 촉구한 것이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11일 'EU, 모순과 얽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제하의 사설을 통해 "EU 내 일부 인사는 중국의 이익과 중-EU 관계를 희생시켜 미국의 환심을 사려 한다"며 "이러한 접근 방식은 중국과의 관계 및 협력에 심각한 손상을 입힌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국제 무대에서 미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관계를 맺는 대신 미국의 이익을 맹목적으로 우선시하고 심지어 지정학적 전략의 앞잡이 역할을 한다면, EU 자체의 외교·안보 정책의 독립성과 신뢰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한 인도와 중국에 최고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을 EU에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종전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전쟁 자금줄을 끊어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이다. FT는 이후 유럽의 주요 지도자들이 미국의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이에 대해 글로벌타임스는 EU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FT 보도를 언급하며 "이는 EU가 오랫동안 중국과의 관계에서 보여온 얽히고 모순된 사고방식을 반영한다"면서 "EU는 중국을 파트너로도, 경쟁자로도, 또 위협으로도 규정하며 균형을 잡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제 및 무역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면서도, 이른바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핵심 기술 공급망에서의 중국 배제를 의미)'을 추진하고, 중국-러시아 관계를 우려하면서도 중국 기업에 제재를 가하는 동시에 러시아 압박에 중국이 동참하기를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EU의 이러한 모순된 태도의 근본 원인은 오늘날 세계가 겪고 있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EU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전략과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미국에 대한 의존과 전략적 자율, 지정학적 경쟁과 개방적 협력 사이에서 어떠한 답을 내리느냐에 따라 EU의 미래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당부했다.
글로벌타임스는 그러면서 EU는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매체는 "중국과의 대화와 협력은 EU가 선택해야 할 올바른 길이다. EU는 중국과의 경제 및 무역 관계를 보다 포괄적이고, 객관적이며, 건설적인 자세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호 개방을 통해 균형 있고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도모하고, 무역 마찰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적절히 해결해야 한다"면서 "일방주의와 강권 정치가 국제 질서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오늘날, 세계가 복잡해질수록 중국과 EU는 더욱 연대와 조율을 강화해 불안정한 세계에서 안정의 축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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