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사도광산 추도식’ 추도사에서 조선인 노동의 강제성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13일 또다시 일본 측 인사만 참가한 반쪽짜리 행사가 치러졌다. 일본 언론은 한·일 관계가 개선 중인 상황에서도 사도광산 행사와 같은 역사 문제를 둘러싼 과제는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13일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회가 개최한 사도광산 추도식에는 일본 내 관계자 등 72명이 참가했다. 일본 정부를 대표해 참가한 인사는 지난해 차관급인 정무관에서 올해 국장급으로 격이 낮아졌다. 이날 행사에는 참가한 오카노 유키코 외무성 국제문화교류심의관은 추도사에서 한반도 출신 노동자에 대해 “전쟁이라는 특수한 사회 상황이었지만,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땅에서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노동에 종사하셨다”고 언급했다.
아사히신문은 한국 정부가 이번 추도식에 불참을 통보한 배경에 대해 “추도사에 한반도 출신 노동자의 ‘강제성’과 관련한 구체적인 표현에 대해 한일 양국의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한국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실었다.
한국 정부는 사도 광산을 ‘강제노동의 피해현장’으로 보는 입장이지만 일본 정부는 ‘강제노동’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사히에 따르면 한 외무성 간부는 “강제성으로 선을 긋게 되면 앞으로도 타협점을 찾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일 양국 모두 추도식 문제를 양국 관계 전체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억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외무성 간부는 “서로 로우키(low-key·절제된 방식)로 관리해 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아사히에 밝혔다.
민영 TV아사히에 따르면 추도식에 참가한 사도시 와타나베 류고 시장은 추도식 종료 후 “외교는 국가가 책임져야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로서도 한국 여러분과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교류를 추진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교수는 “이재명 정권은 이 문제가 한·일 관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주의깊게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악화 원인은 되지 않는다”고 봤다. 다만 “양호한 한·일 관계가 플러스가 된다고 이 대통령의 설명할 수 있을 만한 일본의 경제협력 등이 뒤따르지 않으면 대일 자세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쌓여 추도식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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