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 장기요양 비용을 보장하는 민간보험인 장기요양실손보험(요양실손)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금융당국이 보완책 마련에 나서면서 재출시 가능성이 열렸다. 당국은 현행 구조로는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업계 지적을 받아들여 일부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늦어도 4분기 내 구체적인 방향을 내놓을 예정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요양실손은 제도적 근거는 마련돼 있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사장된 상태다. 보험업계는 "소비자 유인 요인이 없다"며 신규 출시를 미루고 있고, 금융당국도 "판매 자체는 가능하지만 업계가 나서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요양실손은 2023년 7월 DB손해보험이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요양등급(1~5등급)을 받은 노인의 요양원·방문요양 서비스 비용 중 일부를 실손 보장하는 전례 없는 상품으로, DB손보는 배타적 사용권까지 확보했다. 그러나 공적 장기요양보험의 본인부담금까지 보장하는 구조였던 탓에 과잉 이용과 재정 악화 우려가 제기됐다. 상품은 보건복지부 지적으로 불과 6개월 만에 판매가 중단됐다.
당국은 이후 상품 구조를 표준화했다. 공적 장기요양보험에서 지원하는 급여 항목은 제외하고, 식사비·상급병실료 같은 비급여만 보장하도록 했다. 이마저도 월 30만원 한도에 자기부담률 50%를 적용했으며, 단독상품만 허용해 다른 보험과의 결합 판매도 금지했다. 요양실손은 제3보험으로 분류돼 손보사뿐 아니라 생보사도 상품을 낼 수 있지만, 이 같은 제약 탓에 신규 출시 움직임은 없었다.
문제는 보험업계 반응이 냉담하다는 점이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정작 부담이 큰 본인부담금은 보장받지 못하고, 높은 자기부담률로 실질 혜택도 적다. 설계사들 역시 수수료가 적은 단독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결국 제도는 마련됐지만 시장성 부족으로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고 추가 보완책을 준비 중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업계 의견을 수렴해 보건 재정도 고려한 보완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늦어도 연내 보완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건은 보장 범위 조정 여부다. 보험업계는 급여 부분을 일부라도 포함시켜야 상품성이 생긴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국가 재정과 직결되는 문제라 신중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소비자 부담 경감과 건전한 의료 이용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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