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 4일 있을 ‘포스트 이시바’를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할 후보들이 사실상 결정됐다. 출마 의향을 굳힌 후보는 5명으로, 이들 중 ‘여자 아베’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과 ‘최연소 총재’를 노리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의 양강 구도로 선거가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선거가 소수 여당으로 전락한 자민당 각 후보가 야당과 얼마나 ‘파이프(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총재 선거는 후보들이 각 야당과 어떻게 관계를 구축해 가는지가 판단 기준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13일 보도했다. 중·참의원(상·하원) 선거 패배로 소수 여당으로서 정권 운영을 해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야당과의 연계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에 후보들은 연정 확대론을 공식 제기하고 나서는 등 야당과의 접점 찾기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13일 자신의 지역구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에서 가진 비공개 모임에서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할 뜻을 밝혔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로써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는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을 비롯해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 간 5파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야당과의 원활한 관계 구축이 차기 총재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요건 중 하나가 된 가운데 요미우리는 “자민당 내에선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과의 ‘파이프’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가운데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타 후보에 비해 출마 표명에는 시간을 들이는 대신 야당과의 접점 모색에는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 8월 말,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일본유신회의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와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대회장에서 만나 약 2시간 동안 함께 대회장을 둘러보며 친분을 과시했다. 이달 10일에는 제2야당인 국민민주당의 신바 가즈야 간사장과 농림수산 행정과 관련해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고이즈미는 시즈오카현 돌풍 피해 지역에 대한 복구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모테기 전 간사장은 12일 지역구 일정을 취소하고 국회에서 일본유신회의 후지타 후미타케 공동대표와 유튜브 촬영에 임했다. 모테기 전 간사장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기본적인 정책이 일치하는 정당과 새로운 연립 틀을 추구할 것”이라며 일찌감치 연정 확대론을 공식화했다.
하야시 관방장관도 9일 바바 노부유키 일본유신회 전 대표와 처음으로 저녁 식사를 함께 하는 등 야당과의 접점 찾기에 나섰다.
이에 반해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최근 야당과 눈에 띄는 접촉이 없는 상태지만 야당과의 파이프가 있는 인물을 자신의 진영으로 영입하기 위해 움직이는 중이라고 요미우리는 보도했다.
이처럼 야당과의 ‘파이프 구축’에서는 고이즈미가 한발 앞선 듯 보이지만 총재 선거의 방식이 ‘당원 참가형’으로 치러진다는 점은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민당 총재 선거 방식은 약 100만 명의 당원이 참여하는 ‘기본 방식’과, 당원 투표를 광역지자체 지부 투표로 대신하는 ‘간이 방식’이 있다. 내달 4일 있을 선거는 국회의원 표에 더해 당원도 참여하는 기본 방식으로 결정됐다. 국회의원이 각각 1표씩 행사하고, 당원(당비 납부 일본 국적자) 및 당우(자민당 후원 정치단체 회원) 표를 합산해 결과를 내기 때문에 당원 의견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
총재가 임기를 남기고 사임하는 경우에는 간이 방식으로 새 총재를 뽑을 수 있지만 이번에는 다소 이례적인 기본 방식으로 선거를 치르게 됐다. 선거에 직접 투표하지 못하는 당원들이 당원을 포기할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기본 방식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작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당원 표 109표를 얻어 후보자 9명 중 1위로 오른 바 있다. 당원 표 기준 2위는 108표를 획득한 이시바 총리였고,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61표로 3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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