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간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36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3.1% 늘었고 2019년 같은 달보다도 18.2% 많았다. 올 1월부터 7월까지 누적 방문객은 828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9%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최소 1600만명, 많게는 20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팬데믹 이전 서울은 2019년 1390만명이 정점이었다. 코로나19로 국제 이동이 막히며 2021년에는 연간 300만명에도 못 미쳤지만 이후 회복세를 거쳐 2023년에 1200만명 수준까지 올라왔다. 올해는 불과 7개월 만에 828만명을 넘어서며 팬데믹 이전 성장세를 뛰어넘었다. 단순한 회복이 아니라 새로운 도약에 가깝다. 관광산업은 경제 전반에 파급효과가 크기에 이번 회복세는 서울 경제에 긍정적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관광객 급증 배경에는 글로벌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혼행’과 ‘노노멀’이 있다. 혼자서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인프라, 현지인 일상 체험 욕구가 맞물리면서 서울의 매력이 부각됐다. 서울시는 ‘서울생활핫플 100선’을 공개하고 AI 다국어 안내, 교통망 개선으로 대응했다. 혼행 관광객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숙박·교통·안내 전반에 배려가 깔려 있다는 점이 호평을 받고 있다.
여기에 올해 전 세계를 강타한 K-콘텐츠 열풍이 불을 붙였다. 드라마·애니메이션·예능 등 한류 콘텐츠가 세계적 인기를 끌며 서울은 성지순례 중심지가 됐다. ‘눈물의 여왕’의 우리옛돌박물관, ‘재벌집 막내아들’의 덕수궁 돌담길, ‘빈센조’의 DDP가 대표적이다. 청계천 컬처라운지에서는 K-콘텐츠 안무 배우기와 굿즈 제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구경에 그치지 않고 체험·소비로 이어지는 관광은 체류일수와 지출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이는 문화 소비가 곧 경제적 가치 창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주목할 대목이다.
관광객 국적도 다변화되고 있다. 중국·일본·대만이 여전히 주류지만 미국 관광객이 10만명에 달한다. 2019년 대비 1~7월 누적 기준 싱가포르가 64.4%, 대만이 44.0%, 미국이 40.6%, 인도네시아가 34.3% 늘었다. 과거 동북아에 편중됐던 구조가 동남아·미주·유럽으로 확산되며 회복력이 커지고 있다.
경제적 효과는 막대하다. 서울시의 ‘3·3·7·7 관광 미래비전’은 외래 관광객 3000만명, 1인당 지출액 300만원, 평균 체류일 7일, 재방문율 70%를 목표로 한다. 단순 계산으로 연말까지 1700만명이 찾는다면 약 51조원, 2000만명이라면 60조원에 달하는 소비가 발생한다. 숙박·교통·쇼핑·음식 등 전 분야에 활력을 불어넣고 고용 창출에도 크게 기여한다. 관광산업이 제조업 못지않은 전략산업으로 불리는 이유다.
서울은 이미 ‘MZ세대 최애 도시’ ‘혼자 여행하기 좋은 도시’ ‘아시아 최고 레저 목적지’로 꼽히며 국제적 경쟁력을 입증했다. 국제회의 개최 아시아 1위라는 지위까지 확보해 MICE 산업과 연계한 고부가가치 관광도 가능하다. 이는 단순히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수준을 넘어 서울이 글로벌 도시로서 위상을 공고히 해나가는 과정이다.
서울 관광객이 2000만명에 육박하는 시대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외국인들이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자리매김해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 K-콘텐츠와 도시 인프라, 사계절 축제, 현지 체험형 관광이 어우러지며 서울은 새로운 황금기를 맞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흐름을 일시적 유행에 그치게 하지 않고 차별화된 매력과 혁신 서비스로 이어가는 일이다. 세계인이 찾는 글로벌 관광도시로 도약할 수 있느냐는 앞으로의 정책과 실행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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