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이 오는 12월 1일부터 전국 모든 공항에서 생체인식만으로 탑승이 가능한 혁신적인 ‘페이퍼리스(Paperless) 비행’ 시스템을 전면 도입한다. 이번 조치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앞선 디지털 항공 서비스로 평가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비접촉 여행 흐름을 선도하는 움직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15일(현지시각) 베트남 청년신문 보도에 따르면, 팜민찐 총리는 이날 발표한 제24호 지침을 통해 관련 부처와 지방정부에 VNeID(베트남 전자신분증) 시스템에 생체인식 기술을 적용해 전국 100개 공항에 완벽히 구축할 것을 지시했다. 이번 지침은 항공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연내 하노이와 호찌민시의 도시철도역, 하노이역, 주요 주차장으로까지 확대될 예정으로 베트남 사회 전반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크게 높일 전망이다.
◆ 10월까지 인프라 구축 완료, 단계적 시행 돌입
재무부는 베트남공항공사(ACV)에 10월 30일까지 생체인식 기술 도입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와 장비 구축을 완료할 것을 긴급 지시했다. 이는 단순 권고가 아닌 필수 조치로, 기한 내 완료하지 못할 경우 관련 책임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오늘부터 본격적인 준비 단계에 들어간 ACV는 항공사들과 협력해 승객들이 주민등록증, 신분증 또는 VNeID 전자신분증 계정을 활용해 체크인 카운터나 VNeID 앱에서 생체정보를 등록하도록 적극 안내하고 있다. 생체 등록을 마친 승객은 보안 검색대와 국내선 탑승구를 한층 빠르게 통과할 수 있다.
12월 1일부터는 체크인 카운터의 역할이 대폭 축소된다. 위탁 수하물이 있는 승객이나 휠체어 이용객, 임산부, 어린이 동반 승객 등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만 카운터 이용이 가능하다. 일반 승객은 항공권 구매와 체크인, 보안 검색, 탑승까지 모든 과정을 VNeID 시스템이나 공항 내 셀프서비스 키오스크를 통해 처리해야 한다.
◆ 4월부터 시범 운영 시작, 전국 확대 진행 중
해당 서비스는 지난 4월 중순 호찌민시 떤선녓 국제공항 제3터미널과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서 처음 시행됐다. 공안부 산하 사회질서행정관리국(C06)은 초기 성과를 토대로 다낭, 푸꾸옥 등 전국 주요 공항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또한 4월 17일 7개 국제공항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한 이후 축적된 데이터도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베트남항공은 6000편의 항공편에서 1만4000명 이상의 승객이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밝혔고, 비엣젯항공은 3000편에서 1만명 이상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편당 평균 이용객은 2~3명 수준으로, 서비스 초기 단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결과로 평가된다.
C06은 올해 말까지 국내선 승객의 최소 70%가 자동화 게이트(보안 검색대와 탑승구 포함)를 통해 전자신분증과 인증, 생체인식 기술을 이용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매년 수천만명이 오가는 베트남 항공 산업에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서비스를 직접 경험한 승객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기존에는 신분 확인이 수작업으로 이뤄져 시간이 많이 걸리고 혼잡이 발생했으나, VNeID에 통합된 생체인식 기술은 얼굴 특징을 국가 데이터베이스와 자동 대조해 물리적 서류 제시 없이 신속하게 절차를 마칠 수 있도록 한다. 이에 따라 많은 승객이 시간을 절약하며 편리함을 체감하고 있다.
◆ 복잡한 등록 절차와 시스템 통합 문제
그러나 장점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용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호찌민시에 거주하는 꾸인찌양은 “떤선녓 공항 제3터미널을 처음 이용했는데 보안 검색대는 줄이 길었지만 옆의 자동화 게이트는 비어 있었다”며 “VNeID 앱을 열어 실행해 보려 했지만 사용법을 몰라 결국 일반 게이트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안 직원이 사전 등록 여부를 물었지만 등록하지 않은 관계로, 시간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일반 검색대를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항공사 관계자는 이용률 저조의 이유를 여러 측면에서 분석했다. 외국인과 어린이 승객, VNeID 레벨2로 업그레이드하지 않은 승객 등은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한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다. 또한 서비스 홍보와 사용법 안내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승객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더 큰 걸림돌은 시스템의 완전한 동기화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부 공항에서는 오류나 점검으로 인해 서비스 사용이 제한되며, 이런 경험을 한 승객들은 다시 시도하기보다 기존 절차를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VNeID 앱은 베트남항공과 비엣젯항공 두 곳만 연동되어 있다. 그마저도 비엣젯항공은 아직 떤선녓 공항 제3터미널로 이전하지 않아 호찌민 출발 승객은 사용할 수 없다. 뱀부항공과 비엣트래블항공은 VNeID와의 체크인 연동 계획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한편 베트남의 이번 정책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국가 차원의 디지털 전환 전략의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12월 1일 전면 시행까지 남은 시간이 길지 않은 만큼 정부와 항공 업계가 남은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프로젝트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만약 안정적으로 정착한다면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앞선 항공 서비스 체계를 갖춘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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